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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미국, 지금은 내부의 적과 전쟁중 [9·11테러 2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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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1 12:00:00 수정 : 2021-09-11 17:18:11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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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직후 외부의 적에 같이 분노했지만
20년 지난 11일 의사당 습격·인종차별 등
국내 문제로 국외 위협 생각할 겨를 없어
미국인 56% “국내 테러 위협 느껴” 답해
9·11 테러 20주년을 일주일 앞둔 지난 4일 미국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 제로’ 위치에 설치된 메모리얼 풀(Memorial pool) 앞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큰 변화를 겪었다. 9·11은 미국인의 삶을 통째로 흔들었다. 20년 전 미국인들은 외부의 적에 함께 분노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내부의 적과 싸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은 7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8월29일∼9월1일, 성인 1006명 대상)에서 응답자의 86%가 9·11 테러가 국가를 영구적으로 변화시켰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46%는 9·11이 나라를 더 나쁘게 바꿨다고 응답했고, 나라를 더 좋게 바꿨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2001년 12월 조사에서 9·11이 미국을 더 좋게 변화시켰다는 응답이 63%, 더 나쁘게 변화시켰다는 응답이 25%로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미국인의 평가는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9·11 직후 미국인들은 ‘애국심’이라는 고리로 뭉쳤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01년 10월 초 여론조사에서 미국과 동맹국이 탈레반과 알카에다 군대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뒤 성인의 79%가 ‘성조기를 걸었다’고 응답했다. 다음 달인 11월에는 성인 10명 중 7명(69%)이 ‘미국을 지지한다’고, 60%는 ‘민주주의를 수호한다’고 답했다.

외부의 적에 대한 분노와 단결은 오래가지 못했다. 2021년의 미국은 20년 전 9·11과 같은 외부로부터의 공격보다 미국 내부에서 일어나는 공격 위협에 분열되고 있다. 지난 1월 연방의회 의사당 습격,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총기난사 사건과 인종차별 사건 등은 지구 반대편에서 오는 테러 위협에 대해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지난 4일 미국 뉴욕 맨해튼 9·11 뮤지엄에 추모객들이 당시 건물 잔해 등을 관람하고 있다

지난 2일 일간 USA투데이가 서퍽대와 함께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테러에 위협을 느낀다’는 응답은 56%에 달했다. ‘외국으로부터 테러 위협을 느낀다’는 응답(38%)보다 18%포인트 높다. 35세 미만 응답자 중 66%는 국내 테러를 더 큰 위협이라고 답했다. USA투데이는 “20년 전만 해도 국내 테러리즘에 대한 생각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여론조사에서 일반적으로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지지자의 81%는 국내 테러를 더 큰 위협으로 봤지만, 공화당 지지자는 53%가 해외 테러를 더 큰 위협이라고 응답했다. 흑인의 79%가 국내 테러가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백인의 53%는 국내 테러가 위협이라고 답했다.

9·11 테러 20주년을 일주일 앞둔 지난 4일 미국 뉴욕 맨해튼 9·11 뮤지엄에 사고 당시 희생자를 찾기 위해 내걸렸던 벽보를 재현한 영상

USA투데이 여론조사에서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일어난 최악의 사건을 묻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35%가 코로나19를 꼽았고, 9·11이 27%로 뒤를 이었다. 9·11 뒤로는 올해 1월 의회 의사당 습격과 총기난사, 극한 날씨 및 기후 변화가 각각 10%씩 차지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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