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고발장, 실제 고발장과
일부 표현 제외하고는 ‘판박이’
당 차원의 대응 본격화했지만
“파악 못했다” 지도부 책임론
제보자 지목 인사 “허위사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총장 재직 시절 ‘고발 사주’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그 불똥이 당으로까지 튄 모양새다. 해당 의혹의 ‘키맨’인 김웅 의원 외에 다른 당 관계자들까지 연루설에 휩싸이면서 논란이 커졌다. 국민의힘은 9일 본격적인 당 차원의 대응에 나섰지만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내홍 조짐도 엿보인다.
애초 고발 사주 의혹은 검찰이 지난해 4월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는지, 윤 전 총장이 그 과정에 개입했는지 등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지난해 8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를 고발할 때 쓴 고발장 초안이 문제의 고발장과 일부 표현을 제외하곤 판박이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혹이 당으로까지 번졌다. 8월 고발장 초안은 당시 당 법률지원단장이던 정점식 의원이 당무감사실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의원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고발장 초안을) 보좌관이 보고했고 내가 확인해서 전달한 게 맞다”면서도 전달자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출범한 공명선거추진단을 중심으로 해당 의혹에 대응하고 진상 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추진단장은 김재원 최고위원이 맡았다. 당 차원의 대응이 본격화한 것이지만 일각에선 이준석 대표와 지도부의 미온적 대처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정 의원이 뒤늦게 고발장 전달 사실을 밝히면서 지난 6일 “아직 (진상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던 이 대표의 진상 규명 의지가 의심받는 것이다. 정 의원은 통화에서 “처음 의혹이 터졌을 때 ‘(실제 고발은) 8월이었으니까 (문제의 고발장은) 아니겠거니’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도 “솔직히 아직까지 언론 보도 내용 외에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당 최고위는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에 ‘역공’을 펴기도 했다. 이날 조수진 최고위원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지금의 여권은 야당 대선 후보 측근의 20만달러 수수설, 야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설 등 여러 공작을 시도했고, 성공시켰다”며 고발 사주 의혹 역시 여당의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앞서 대검 감찰부가 이번 의혹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해 법적 보호를 천명한 일을 겨냥, “규정상 공익신고 요건 검토는 통상 60일이 소요되는데, (이번엔) 의혹 제기에서 공익신고자 신분 인정까지 (걸린 기간이) 단 5일이었다”고 일갈했다.

고발 사주 의혹을 언론에 제보하고 공익신고자 요청을 한 인물의 정체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은 앞서 제보자가 특정 캠프에 몸담고 있으며, 총선 당시 당의 중요 직책에 있었고, 조작을 한 경험이 많다고 밝혔다. 이에 정치권에선 지난해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조성은씨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조씨는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 등에도 연루된 적 있다. 그러나 조씨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려 “대다수의 내용은 김 의원이 주도하는 명백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의원과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매우 강력한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날도 정치권에선 제보자의 신원을 놓고 갖은 추측이 난무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 전 총장을 겨냥한 의혹인 만큼, 제보자의 정체에 따라 이번 의혹이 여권의 정치공작인지, 야권 내부의 암투인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제보자가 민주당, 열린민주당과 모두 접촉한 뒤 합작이 어려워지자 언론에 문건을 건넨 것 아니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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