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육군 제29보병사단 소속 상병 토라지 로즈베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프간계 미국인이다. 미국에서 생활한지 6년가량 된 그가 요즘 미군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탄압을 피해 탈출한 아프간 난민들을 돕는 일이다.
9일 미 육군에 따르면 로즈베가 속한 부대는 요즘 쿠웨이트에서 활동 중이다. 쿠웨이트는 아프간을 빠져나온 난민 일부가 미국에 입국하기 전 잠시 대기하며 코로나19 검사와 각종 서류 심사를 받는 일종의 환승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쿠웨이트로 이동하기 전까지 로즈베는 아프간에서 복무했다. 한때 조국이었던 나라가 탈레반의 공세 앞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며 비통함을 느낀 동시에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저는 2015년 가족과 함께 특별이민비자(SIV) 절차를 통해 미국으로 이민을 왔어요. 제 아버지는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의 직원이었죠. 그 덕분에 우리 가족은 SIV를 받고 미국에 올 수 있었습니다.”(토라지 로즈베)
낯선 미국에서의 삶을 2년간 경험하고 그는 2017년 육군에 입대했다. 2001년부터 미군이 주둔해 온 아프간에서 로즈베 또래의 아이들한테 미군은 너무도 흔하고 친숙한 존재였다. 자연히 커 가면서 ‘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로즈베가 하는 일은 영어를 모르는 아프간인과 아프간어를 모르는 미군 간 의사소통을 돕는 것이다. 때로는 미군 지휘관의 통역으로, 때로는 아프간 난민들에게 음식 및 각종 물자를 나눠주는 보급관으로 동분서주하다. 미군 장병 중에 아프간어를 할 수 있는 이가 거의 없다 보니 아프간어와 영어에 둘 다 능통한 로즈베의 존재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는 잘못이라고는 아프간에서 태어난 죄밖에 없는 난민들을 감싸며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들(아프간 난민)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집을 떠나 이곳(미국)으로 오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돕고 싶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미국에 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죠. 왜냐하면 그것은 모두가 ‘아메리칸 드림’을, 또 자유를 갈망하기 때문입니다.”(토라지 로즈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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