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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성 못 밝혀… ‘가짜 수산업자’ 김영란법 위반으로 일단락

입력 : 2021-09-10 06:00:00 수정 : 2021-09-10 08: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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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박영수 등 7명 檢 송치… ‘용두사미’ 수사 논란

檢·警·言·政 인사 무차별 선물 공세
인맥 과시하며 110억대 사기 행각
금품 수수 인물들 뇌물죄 미적용

수산물 받은 주호영·박지원 등
청탁금액 크지 않아 무혐의 처분
김무성 렌터카 의혹 등 추가 수사
박영수 전 특별검사. 연합뉴스

지난 몇 달간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 결국 ‘김영란법 게이트’로 일단락됐다. 경찰은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입건된 이들의 혐의는 대부분 사실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금품의 ‘대가성’이 밝혀지지 않아 뇌물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 ‘화려한 등장 인물’로 주목을 끌면서 한때 검경과 언론, 정치계까지 엮인 초대형 ‘로비 게이트’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던 사건이 다소 싱겁게 끝난 셈이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9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김모(43·구속)씨 등 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사건을 형사3부에 배당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수산업자를 사칭해 110억원대의 사기를 친 혐의로 구속된 김씨가 지난 4월 경찰 조사에서 돌연 “현직 부장검사와 언론인에게 금품을 줬다”고 진술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박영수 전 특별검사 △이모 광주지검 순천지청 부부장검사(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배모 총경(전 포항남부경찰서장)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전 TV조선 앵커 △중앙일간지 이모 논설위원 △종합편성채널 정모 기자가 줄줄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또 공개된 김씨의 ‘선물 명단’에 국민의힘 주호영·김병욱 의원, 김무성·이훈평·정봉주 전 의원 등 유력인물이 대거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평소 재력가 행세를 했던 김씨는 정치·법조인들에게 수산물 등을 뿌리며 친분을 유지한 뒤 이들과의 인맥을 과시하며 투자금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선물을 받은 이들은 김씨 사기의 ‘들러리’로 이용된 것이다.

경찰은 5개월간의 수사 결과 입건된 이들에게 제기됐던 혐의가 대부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전 특검은 김씨로부터 렌터카를 빌려 탄 혐의를, 이 검사는 명품지갑과 자녀 학원비를 받고 차를 빌려 탄 혐의를 받는다. 또 이 전 논설위원은 골프채 세트를, 엄 앵커는 차량 무상 대여와 ‘풀빌라 접대’를 받은 혐의다. 이 논설위원은 김씨로부터 렌터카를 빌리고, 정 기자는 대학원 등록금을 대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불구속 송치됐다.

 

다만 입건자 중 배 총경은 수산물과 벨트 등을 받았으나 그 가액이 청탁금지법 기준(1회 100만원 또는 1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불송치됐다. 주 의원도 수산물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와 입건 전 조사를 받았으나 금액 기준이 넘지 않아 입건되지 않았다. 이밖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수산물을 받았으나 가액 부족으로 입건 전 조사 대상도 되지 않는 등 김씨로부터 선물을 받은 이들 중 상당수는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목이 쏠렸던 뇌물 혐의는 결국 적용되지 않았다. 김씨가 전방위적으로 선물을 보내긴 했지만 대가를 받은 정황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단순히 인맥을 과시하기 위해 유력인사에게 선물을 보냈다고 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불송치된 배 총경은 김씨로부터 수산물 등을 받을 때 포항남부서장이었는데, 김씨는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며 포항남부서에 고소장을 낸 적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배 총경은 올해 2월 김씨를 알게 됐는데 김씨는 3월에 체포돼 안 기간이 얼마 안 되고, 사건 개입 정황 등은 발견 안 됐다”고 설명했다. 또 김씨가 이 검사와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과의 만남 자리를 주선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사건’ 관련 청탁이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지만 경찰은 이에 대해서도 “대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산업자를 사칭한 116억대 사기범 김모(43·구속)씨의 SNS에 올라온 외제차를 탄 김씨의 모습. 김씨 SNS 캡처

이번 사건은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사기 피의자가 오랜 기간 정치·언론·법조인 등에게 금품을 뿌렸고, 유력인들이 이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받아온 것 자체가 충격적이란 반응이 많다. 뇌물 혐의 적용이나 입건 여부와 관계없이 이름이 거론된 이들에 대한 도덕성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규명하는 것은 검찰에 넘어갔다. 검찰은 경찰 수사 기록을 검토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자체적으로 추가 수사를 진행하거나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김무성 전 의원이 김씨로부터 차량을 무상 렌트했다는 의혹이 나온 데 대해서는 입건 전 조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상을 불문하고 추가 단서가 포착되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전 특검은 이날 “합리적·객관적 자료를 외면한 경찰의 사건 처리에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검은 공무수행사인으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란 점과 차량 사용료를 정상 지급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다”며 “검찰 수사에서 적극 소명할 예정이다. 정확한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유나, 이지안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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