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제공 땐 49명·미제공 땐 99명
백신 맞아도 인원제한 예외 없어
“하객들에 마음의 빚져” 하소연도
예식장 최소보증인원 250∼300명
49명 부르면 1000만원가량 손해
연합회 “면적 고려 인원 등 조정을”

“웨딩홀은 빛나고, 예비부부는 빚지고. 빛나지 못한 결혼식, 빚만 가득할 결혼식”
‘빛나는 결혼식’을 꿈꿨던 예비부부들이 빚 걱정을 하며 거리로 나섰다.
9일 서울 종로 정부세종청사 앞에는 정부의 예식장 방역지침에 항의하는 문구를 붙인 근조 화환 30여개가 들어섰다. 예비부부 6000여명으로 구성된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이날부터 1인 피켓 릴레이 시위와 항의 문구를 붙인 버스 시위를 시작했다.
연합회는 결혼식 관련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대해 “현실을 전혀 모르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연합회는 “정부가 다른 다중이용시설처럼 면적, 규모를 고려해 인원을 제한해달라는 요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예비부부의 금전적 피해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지난 3일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발표하면서 다음달 3일까지 결혼식장의 경우 식사 제공이 없는 경우에 한해 참석 인원을 99명까지 허용했다. 다만 식사를 제공할 땐 49명까지로 제한했다. 가족·친지나 백신 접종 완료자라고 해도 예외는 없다.

예비부부들은 갑작스러운 지침 변경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물론 보증인원이나 답례품 문제로 인한 금전적 손해 등 이중고를 호소했다. 이달 말 결혼식을 앞둔 김모(27)씨는 하객들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에서 서울까지 오시는데 음식이라도 대접해야 한다는 생각에 결혼식을 미룰까 고민하다 49명만 초대하기로 했다”며 “나누면 25명, 24명이라 한 가족당 1명씩 오시라고 말씀드리는데 너무 죄송하고 스트레스가 커 살면서 처음 흰머리가 나고 잔병치레까지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비신부 이소진(27)씨는 “결혼식(다음달 2일)이 현행 거리두기 지침이 끝나기 딱 하루 전이라 눈치를 보는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왜 이 시국에 결혼을 하냐는 말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 계획을 세우고 결혼 준비를 했는데 시국이 이렇게 된 거다. 제발 예비부부들 얘기 좀 들어주면 좋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식장과 계약할 때 식사를 하지 않아도 식대를 내야 하는 보증인원 문제는 이들 예비부부의 피해를 가중한다. 서울 소재 예식장의 평균 최소보증인원은 250∼300명 수준이다. 최소보증인원을 250명으로 계약한 예비부부라면 49명에게 식사 초대를 할 경우 201명의 식대를, 식사 없이 99명을 초대하면 250명의 식대를 내야 한다. 5만원짜리 식사라면 최소 1005만원, 최대 1250만원을 손해보는 셈이다.

질 낮은 답례품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도 예비부부들을 화나게 한다. 다음달 초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부 조모(30)씨는 최소보증인원 250명에 식대 6만6000원, 대관료 500만원에 예식장과 계약을 했다. 조씨는 “지침이 바뀌고 바로 상담을 갔는데 보증인원에서 20%(50명)를 줄여주겠다며 선심을 쓰듯 말했다. 예식장에서 식사 대신 지급하자는 답례품을 검색해보니 7000원짜리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식사를 제공하고 49명을 초대하면 답례품 비용 1000만원가량을 예식장에 주고 151명에게 7000원짜리 와인을 줘야 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연합회는 △면적과 규모를 고려한 결혼식장 입장객 인원 조정 △백신 인센티브 적용 △실제 입장가능 인원과 결혼식장 보증인원이 같도록 하는 행정명령 하달 △답례품 강매 등 소비자 보호 정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회는 “결혼식이 일회성 행사라는 점 때문에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수그러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이미 식을 치른 신혼부부도 연합회에 계속 동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예식장 관련 방역지침이 바뀔 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항의 시위를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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