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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지원금 이의신청 폭주, 졸속·날림행정의 후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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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09 22:46:38 수정 : 2021-09-10 09: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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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중로구 도심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신청 안내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국민지원금 신청 나흘 만에 국민권익위원회·국민신문고 등에 접수된 이의신청이 5만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SNS 등에서는 지원금을 놓고 정부와 국회를 성토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지원금 대상을 하위 88%로 정하면서 예고된 일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경계선의 분들이 소득이나 가족 인정 여부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며 “판단이 모호하면 가능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순 없다.

홍 부총리는 올해 2차 추경 논의 과정에서 전 국민 지원금을 반대하며 소득하위 70% 지급을 주장하다 백기를 들었다. 과거 4차례 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홍두사미’라는 별명을 얻으며 정책의 신뢰성은 곤두박질친 지 오래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까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저도 아니나 다를까 (지원금 대상자가) 아니더라. 이런 문제 때문에 애초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강하게 주장했다”고 했다. 취지는 이해하나, 국민생활 안정과 자영업자 지원이 주목적인 지원금을 놓고 연봉 1억5280만원을 받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 “나라 곳간 왜 쌓아 놓냐”고 했다가 홍 부총리로부터 “곳간이 비어간다”며 면박을 받은 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한술 더 떠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불만요인들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잘 알고 있어 최대한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밀어붙였다는 걸 자인한 셈이다. 정치적 저의가 의심스럽다. 가뜩이나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사찬스’로 소외된 경기도민을 구제하겠다고 나서면서 다른 자치단체와의 형평성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애초 전 국민 지급 방침에서 야당 반발과 정부의 선별지급 고수에 떠밀려 ‘88대12’라는 해괴한 해법을 제시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그러다 보니 이사 등으로 가구 구성 변경이 반영되지 않았거나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높게 책정되면서 탈락한 사례가 속출한다. 건강보험료에만 의지하다 보니 재산이 많더라도 소득이 적다면 대상자가 되는 반면 재산도, 집도 없는 맞벌이 부부는 배제되기 일쑤다. 정부·여당의 행정편의만을 고려한 졸속·날림행정의 폐해다. 대상을 가늠할 명확한 기준도 없이 ‘보편적’ ‘선별적’ 지원을 논한 것 자체가 한심하다. 이제라도 혈세로 환심을 사려다 ‘편가르기’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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