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터샷보다 모든 나라 인구의 40% 이상 백신 접종 우선 돼야”
“백신 제조사, 부국과의 거래 우선시…빈국의 ‘백신 부족’ 부추겨”
“‘빈국에 잔여 백신만 줘도 된다’고 생각하면 가만히 안 있을 것”

세계 보건기구(WHO)가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불평등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면서 전 세계 국가들이 올 연말까지 부스터 샷(추가 접종) 도입을 늦춰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특히 백신 제조사가 부유한 국가와의 거래를 우선시 하면서 가난한 국가의 ‘백신 부족’을 부추기고 있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테 워드 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 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1차 접종도 못 한 취약자들의 접종을 우선 고려해 한 달 전 최소 9월 말까지는 부스터 샷 도입을 유예해달라고 호소했지만, 그 후 전 세계 백신 공급 상황이 바뀐 것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모든 국가에서 최소 인구 40% 이상 백신 접종이 이뤄지도록 부스터 샷 도입 유예 기간을 연말까지로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제약업계에서 선진국들의 부스터 샷과 저개발국의 1차 접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을 만큼 백신 물량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오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공급을 통제하는 제약회사와 국가들이 가난한 이들에게는 잔여 백신만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면서 “백신 제조사들이 많은 돈을 지불하는 부국들과 거래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저소득 국가들은 국민을 지킬 도구를 빼앗기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는 면역저하자 등 취약 집단에게는 부스터 샷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접종을 완료한 일반인들에게 부스터 샷을 적용할 때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55억 회분 접종이 이뤄졌는데 그중 80%가 중, 고소득 국가의 몫”이라면서 “부국이 1억 회분을 기부한다고 했지만, 실제 기부된 양은 15% 미만”이라고 밝혔다.
WHO의 이 같은 촉구에 미국은 전 세계에 충분히 백신을 기부하고 있다며 자국민에 대한 부스터 샷 접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1억 4천만 회분 백신을 90개국에 기부·공유하고 있다”며 “이는 다른 국가들의 기부·공유 총합보다 큰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부스터 샷과 백신 기부를 동시에 하고 있고, 이를 계속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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