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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최고형에 처해주세요" 실신 직전까지 눈물 흘린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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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06 23:00:00 수정 : 2021-09-07 07: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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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 연합뉴스

“5남매 중 막내였던 제 동생은 결혼 후 두 딸을 뒀는데, 남편이 젊은 나이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작은 조카가 5∼6개월밖에 되지 않아 제가 업고 있었습니다. 모든 경제를 도맡아야 했던 동생은 어려운 형편에도 딸들이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게 키우느라 노력했습니다…….”

 

‘노원구 스토킹 살해’ 김태현(25)의 피해자 유족인 A씨는 피해자인 자신의 동생(두 딸의 어머니)을 이렇게 기억했다. 긍정적이고 심성이 착한 사람, 주변 사람 누구에게나 좋은 인상을 주는 사람, 어린이집 교사로 있을 때는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를 돌봐주길 원했던 사람, 4년 동안 베이비시터 일을 하던 집에서는 ‘하늘이 보내주신 분’이라는 말을 들었던 사람.

 

A씨는 6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오권철) 심리로 열린 김태현의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기억하는 세 모녀와 유족으로서의 고통을 증언하며 김태현의 엄벌을 촉구했다.

 

A씨에 따르면 세 모녀는 유난히 사이가 돈독한 가족이었다. 아이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존중해줬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에게 무슨 말이든 하고 잘 따랐던 딸들. 밝고 긍정적으로 자란 두 딸은 사회초년생으로, 취업준비생으로 저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고 있었다.

 

이날 법정에서 A씨는 “큰 애는 활달하고 잘 웃는 성격으로, 사람들과 싸우는 일이 없었다”며 “그런데 김태현은 조카의 그런 행동이 자신에게 특별하게 대한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친절한 모습을 보고 배신감을 느끼고 죽이려 했다고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람이 죽는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걸 볼 때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하고, 죄의 무게를 인식하지 못하는 파렴치한 인간이 반성문을 쓰고 하는 걸 봤을 때 세상에 다시 나오면 재범, 삼범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자신과 동생의 어머니이자 피해자 두 딸의 할머니에게는 아직도 이들의 사망 소식을 전해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어머니가 92세로 요양원에 계시다. 남편을 일찍 잃고 애들을 키우는 동생은 엄마한테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 말하지 못했다”면서 “요양원에서도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고, 우리도 엄마가 쓰러지실까 봐 도저히 말할 수가 없어 엄마는 아직도 모르신다”고 말했다.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지난 4월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뉴시스

그러면서 “엄마가 일하는 동생을 위해 아이들을 키워주셨고, 엄마 생신 때마다 두 아이가 할머니한테 선물도 하고 편지도 썼다”며 “아직도 엄마 카톡에는 ‘할머니 사랑해요’하는 아이들 어릴 때 모습이 담겨 있다. 엄마를 보면 눈물부터 나고 우리도 면회를 못 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4차례 공판을 모두 참석했다는 A씨는 김태현에게 지금까지도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는 김태현이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인정할 수 없다”며 “세 사람을 정확히 경동맥을 찔러 죽였는데 죽을 생각이었으면 과다출혈로 충분히 죽었을 것. 죄의 무게를 안다면 이따위 인간이 아닌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장님, 피고인(김태현)은 잘못도, 죽을 이유도 없는 세 사람을 잔인하게 죽였습니다. 저희는 그 일을 겪고 일하면서 칼을 사용할 때마다 몸서리가 쳐지고, 밥을 먹고 일을 하다가도 동생이 죽었는데 이래도 되나 하는 죄책감에 멍하게 앉아있고 불안이 몰려와 토할 것 같습니다. 죄에 대한 감각도 없는 피고인은 언제 어떤 범행을 저지를지 모릅니다. 절대 지워지지 않을 아픔을 헤아려주시고 모두가 편히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정 최고형에 처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눈물을 흘리며 증언을 마친 A씨는 제대로 몸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실신 직전에 “나 좀 도와달라”며 부축을 받아 증언석에서 내려왔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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