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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상주 못 서나요?”… 서울시, 의례문화 개선 캠페인

입력 : 2021-09-07 01:35:00 수정 : 2021-09-06 12: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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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례식장에서 부고를 작성하러 아드님이 오라고 했다. 우린 딸만 넷이라 내가 가겠다고 하니 사위님을 보내라고 했다. 우리 자매는 모두 결혼을 하지 않아 사위가 없다고 재차 말하자 ‘정말 아들도 사위도 없나’며 ‘요즘 그런 집들이 생겨 자신들도 곤란하다’고 했다. 상주 회사 직원 역시 ‘조카라도 계시면 그 분이 서시는 게 모양이 좋다’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40)씨가 서울시 성평등활동지원센터의 ‘이제는 바꿔야할 의례문화-시민에세이 공모전’에 보낸 사연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3일부터 6월30일까지 의례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에세이를 접수받아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통해 분야별 수상자 21명을 최종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결혼식 불편사례, 장례식 개선사례, 장례식 불편사례 등 3개 분야에서 1명씩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우수상 13명, 특별상 5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결혼식 불편사례 분야 최우수상은 ‘정상가족을 찍어내는 결혼식장’이 선정됐다. 남동생 결혼식에서 이혼 후 왕래가 없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숨기려 한 일화를 소재로 삼은 에세이다. 빈자리를 채워야 했다면 아버지 자리에 누나인 자신이 앉았으면 어땠을까하는 제안이 담겼다.

 

장례식 개선사례 분야 최우수상은 ‘우리는 진짜야’가 선정됐다. 비건이었던 지인의 장례식 식사가 비건식이 아니었고 장례지도사와 조문객들이 지적했던 성차별 사례 등을 엮었다. 장례식 불편사례 분야 최우수상은 ‘슬프고도 불편했던 10월의 어느 사흘’이 선정됐다. 할머니와 누구보다 가까웠던 맏손녀로서 영정사진을 들고 싶었지만 남동생에게 역할이 주어졌던 일화, 장례식 내내 배제됐던 경험을 담았다.

 

시는 수상작들을 재구성해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이날부터 ‘이제는 바꿔야할 의례문화’ 온라인 캠페인을 열기로 했다. 시민들은 서울시 성평등활동지원센터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고 댓글 이벤트를 통해 소정의 상품도 지급한다. 9월 말에는 에세이 공모전 선정작들을 우수사례집으로 묶어 발간할 계획이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시대가 변하고 가족 구성원이 다양해지면서 이에 맞는 결혼식, 장례식 문화가 발굴, 확산돼야 한다”며 “서울시는 의례의 본질적 의미를 살리면서도 모두가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결혼식, 장례식 문화를 만들어나가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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