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화폐 비트코인 출금수법 동원·휴대폰원격조종 앱 설치 등 지능적이고 교묘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한 가족이 30년 동안 일군 모든 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한 사건이 발생했다.
2일 피해자 가족과 경찰 등에 따르면 A씨가 검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들로부터 18억원이라는 돈을 갈취당했다.
경기도 신도시에 사는 A씨의 보이스피싱 피해는 지난달 3일 검찰을 사칭한 사람의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날 오전 10시쯤 바쁜 업무에 쫓기는 가운데 전화 한 통이 왔다. 내용은 A씨 이름의 통장으로 인터넷 쇼핑사기(300억원)에 연루되어서 검찰이 조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보이스피싱 범죄단 일당은 명의가 도용되어 범죄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검찰로 출두해 피해자 입증을 해야하나 코로나로 인해 약식으로 비대면 수사를 하고 있고 법원 공소장, 사건번호와 같은 서류들을 카톡을 통해 보내 확인하게 했다.
디지털 포렌식을 한다며 휴대폰 원격조종 앱인 QS앱까지 설치하게 하면서 A씨는 보이스피싱의 희생양이 됐다.
평소 A씨는 보이스피싱이 단순한 문자나 카톡으로 이뤄진다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매우 지능적으로 짜여진 시나리오와 역할자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검찰, 금융위 , 금융위 전산담당 등 다양한 역할을 사칭한 방법이 동원됐다.
원격조종 앱 설치 후 후 검찰이나 금융위 관계자 등이라며 서로 다른 사람이 전화해 "국고 환수 후 복구되는 절차"라며 A씨에게 돈을 보낼 것을 요구했다.
의심스러워하는 A씨에게 사기 일당은 휴대전화 해킹을 통해 알아낸 것으로 보이는 A씨 지인 이름을 대며 '공범' 운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기 일당은 비트코인을 통로로 갈취하는 돈을 출금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보이스피싱단은 A씨 명의가 범죄에 이용되었기에 자산을 국고환수 후 복구되는 절차라고 하면서 모든 자산을 케이뱅크 계좌로 이체시킨 뒤 업비트를 통해서 비트코인을 매수하게 하고 이를 특정ID(범죄자)로 출금하도록 요구했다.
가상화폐를 사기 일당의 전자지갑으로 넘겨받은 뒤 이를 현금화한 것인데 피해자 측은 이렇게 흘러가 돈이 17억원, 현금으로 직접 수거책에게 건넨 1억원 등 피해액이 18억원 이라고 했다.
3주가 지나 피해 사실을 깨달은 A씨는 지난달 23일께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피해자 측은 경찰의 초동수사와 대응에 아쉬움과 불만을 토로했다.
보이스피싱을 인지한 날 진술서를 쓰면서, 다음날 현금을 건네면서 현금 운반책을 잡을 수 있냐고 물었지만, 당직경찰관은 “잠복이 아닌 112전화를 해서 본인이 직접 하는게 빠르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18억원에 대한 금융지능범죄 수사가 빨리 이뤄줘야 함에도 생활범죄수사팀으로 사건이 이관이 되고, K뱅크와 업비트의 빠른 계좌 추적이 가능한 지를 묻는 질문에는 영장이 있어야 하고 발부에 2주가 걸릴 수 있다는 답변을 내 놨다는 것이 피해자측의 말이다.
짧은 시간에 큰 규모의 대출이 이뤄지거나 송금되는 과정에서 금융권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A씨 측은 “비대면 사금융 대출 바로크레디트, 인터넷은행 K뱅크, 비트코인거래소인 업비트를 통한 비트코인 구매, 전자지갑을 통한 출금 등, 일반인들은 이해조차 하기 어렵게 보이스피싱이 진화하고 있지만, 관계당국은 정교하고 교묘해진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해서 대응은 커녕 파악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경위를 확인하는 한편 현금 수거책 등 일당들의 뒤를 쫓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방지를 위해 많은 홍보를 하고 있지만 자신이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가정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어떤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이 전화로 돈을 계좌로 보내거나 이체하라고 하는 경우는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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