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기준 전자감독 대상 4647명
향후 3000명 넘게 증가 예상 불구
감독인력 부족 문제는 개선 없어
전문가 “강력사건 재발 우려” 지적
박범계 “대책 전면 재검토” 밝혀

법무부가 출소한 전자감독 대상이 현재 대비 160% 이상 늘어날 것이라 보고, 감독 시스템 개선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한 50대 성범죄 전과자가 전자발찌도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자감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황에서 감독 대상자의 급증으로 전자감독의 실효성이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현재 ‘전자감독 제도 확대에 따른 위치추적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민간업체에 맡겨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사업을 공고한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는 사업제안서를 통해 “위치추적시스템 관리대상 인원이 7500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용량 증설과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전자감독 대상자는 2019년 3105명에서 2020년 3959명, 올해 7월 기준 4647명으로 증가세인데 3000명 정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7월 기준 인원의 161%에 달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7500명이라는 예상치가 실현되는 시점까지 따로 특정하지는 않았다”며 “제도 변화를 고려한 전망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8월부터 가석방되는 인원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이 순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데다 지난달부터는 구속 피고인에 대한 스마트워치 형태의 전자장치 부착 조건부 보석 허가 제도가 새로 도입됐다.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전자감독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전자감독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대상자 확대는 전자발찌 부착자에 의한 강력사건 발생 가능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 최근 발생한 강모(56·구속)씨 사건의 경우 강씨가 자택에서 40대 여성을 살해한 데 이어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또 다른 50대 여성을 숨지게 하는 동안 보호관찰소·경찰이 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또 강씨가 범행 전 외출제한명령을 두 차례 어겼는데도 법무부는 강씨를 ‘집중관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전자발찌 부착자 중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위치추적관제센터가 생활패턴 등을 심층 관찰하는 집중관제 제도는 지난해 4월부터 법무부가 외출제한명령 위반자에 대해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한 것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전자감독 대상자를 늘리려면 감독 인력도 그에 맞게 확대해야 하는데 감독 대상자만 막무가내로 늘리고 있다”며 “또 한 번 강씨 사건과 유사한 일이 벌어지면 그때는 누가 책임을 질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실제 그간 감독 인력 부족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전담 직원 1인당 관리 인원은 2018년 19.3명, 2019년 13.6명, 지난해 19.1명, 올해 7월 기준 17.3명이었다. 법무부는 최근 강씨 사건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급증하는 전자감독 대상자 수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현 조직 아래에서 인원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차라리 선진국처럼 법무부 교정본부를 교정청으로 격상한 뒤 보호관찰 업무를 통합시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 개편안을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전문가 지적을 포함해 (관련 대책을) 전면 재검토 중”이라며 “지금이 예산 정국이니까 오늘 여야 정책위의장들을 찾아뵙고 법무부의 현실과 필요한 예산, 인력을 호소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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