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도시, 러일전쟁의 전장·일제의 수탈학살 등 아픈 역사 간직한 곳
인터넷 등서 ‘중-일 관계’ 악화·역사적 이유 등으로 비판 잇따라 제기
‘日 투자자 수익 못 얻게 하자’·‘국치 거리로 이름 바꾸라’ 목소리 커져

중국에서 랴오닝성의 항구도시 ‘다롄’(大連)에 1조 원을 들여 조성한 ‘일본풍 거리’가 운영에 들어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다롄이 일제의 침략을 받았던 아픈 역사가 깃든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과거 러일전쟁의 전장이었고, 이후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 패할 때까지 수탈과 중국인에 대한 학살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등은 일본 매체 닛케이 아시아를 인용, 지난 21일 다롄에서 일본을 테마로 한 쇼핑거리가 영업을 시작했다고 30일 전했다.
이 거리는 다롄의 한 부동산 업체가 60억 위안(약 1조 원)을 들여 만들었으며, 일본인 건축가들이 ‘교토’(京都)의 길과 건물을 본떠 설계했다.
이곳에는 파나소닉을 비롯해 일본 화장품 가게와 라면집 등 29개 상점이 있으며, 일본 기업이나 일본과 합작한 업체에만 입점이 허용되고, 일본산 제품만 판매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다롄에 일본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기 때문에 일본풍 거리를 조성해 일본산 제품 판매의 근거지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는 향후 더 많은 업체가 입점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풍 거리와 관련된 영상을 보면 가게 점원이나 관광객들이 일본 전통 복장인 기모노를 입은 장면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는 이미 광둥성 광저우(廣州)와 장쑤성 쑤저우(蘇州) 등에 일본풍 거리가 있다.
하지만 최근 ‘중일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데다 다롄의 경우 과거 직접적인 일제의 침략을 받았던 곳이라는 점에서 특히 공분을 사고 있다.
중국 온라인 백과사전 바이두 바이커에 따르면 다롄 관할구역인 ‘뤼순’(旅順)에서는 1894년 청일전쟁 당시 일본의 학살로 2000~2만명 사이로 추정되는 중국인이 숨졌다.
뿐만 아니라 뤼순감옥에서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안중근 열사가 수감·사형된 바 있다.
또한 다롄은 1904~1905년 러일전쟁의 전장이 됐고, 이후 1945년까지 일제 침략의 피해를 보기도 했다.
중국 온라인상의 관련 게시물에는 “애국심 있는 중국인이라면 일본풍 거리에서 관광하고 소비하지 말라”, “일본인 투자자가 수익을 얻지 못하게 하자”는 등의 댓글이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거리 이름을 ‘국치 거리’로 바꾸라. 일본이 중국을 침략할 당시 줄곧 문화침략에 힘썼다”는 주장도 나왔고, 이곳이 1937년 중일전쟁을 촉발한 ‘7·7 사변’의 이름을 본뜬 ‘치치제’(七七街) 맞은편에 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반면 일본풍 거리는 일본산 제품을 사고 즐기는 관광지일 뿐이며,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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