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제 임무를 사랑합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테러집단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자살폭탄 테러 공격으로 숨진 미국 해병대 니콜 지(23) 병장이 전사 직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과 사진이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린다. 마침 지 병장은 남편도 같은 해병대에 복무 중인 ‘부부 해병’인 것으로 전해져 지인들의 안타까움이 더 크다.
28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에 따르면 지 병장은 카불공항 외곽에서 IS-K의 자살폭탄 테러 공격으로 사망한 미군 13명 중 한 명이다. 지 병장을 비롯한 해병대 전사자가 11명으로 가장 많고 육군과 해군이 각 1명씩이다.
CBS 등 미 언론은 지 병장이 숨지기 며칠 전 아프간 아이들을 국외로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포옹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인 아프간 여성들은 낯선 남성과 접촉하는 걸 꺼리고 또 어린이들은 성인 남성을 두려워 하는 경향이 있어 미군은 아프간 탈출자 중 여성 및 어린이를 위해 일부러 여군을 대피 작전의 최일선에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 병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보면 그는 두려움에 떠는 아프간 아이를 꼭 안고 있다. 사진 아래에는 “나는 내 임무를 사랑한다”고 적었다.
CBS 보도에 따르면 지 병장은 동료 해병대원과 결혼한 ‘부부 해병’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남편과 함께 휴가를 보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가 세상과 하직했다는 소식에 동료 장병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고인의 해병대 입대 동기생인 맬러리 해리슨은 SNS에 올린 글에서 “우린 해병대 훈련소에서 처음 만났고 거의 3년 동안 같은 방을 쓴 룸메이트였다”며 “상병도, 병장도 함께 진급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도 니콜이 몰던 차량이 내 숙소 옆에 주차돼 있다”며 “모든 게 그대로인데 앞으로 다신 니콜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덧붙였다.
미군은 과거 아프간 전쟁 당시 미군을 도운 아프간인과 그 가족을 포함해 탈레반 치하에선 도저히 살기 힘든 취약한 아프간인들로부터 특별이민비자(SIV) 신청을 받았다. 지 병장을 비롯한 미군은 카불공항을 통해 탈출하려는 SIV 신청자 등 아프간 민간인들의 안전한 대피를 도우려다 변을 당했다. 미군은 이날 무인기(드론)를 활용한 보복 공습을 가해 IS-K 고위 간부 2명을 사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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