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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안 받네, 내일 백신 맞는다며” 선릉역 사망 배달원母, 애끓는 메시지

입력 : 2021-08-28 15:05:00 수정 : 2021-08-28 15:02:44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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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유족, 악플 때문에 고통… 우리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배우자”
선릉역에서 화물차에 치어 숨진 라이더에게 한 시간 간격으로 전화를 건 어머니의 통화내역(왼쪽)과 카톡 메시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제공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서 배달하던 4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화물차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해당 라이더의 어머니는 사고 당일 아들에게 수차례 발신기록과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8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에 따르면 라이더 A씨의 사망 당일 사고 소식을 뉴스로 접한 어머니는 아들에게 전화와 메시지를 남겼다. 전화 발신 내역에는 오후 4시부터 오후 7시까지 4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A씨는 오전에 배달하다 화물차에 깔려 숨진 뒤였다.

 

A씨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는 아들에게 “전화 안 받네. 내일 백신 맞는다면(서) 어디 갔냐”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유족은 A씨를 조롱하는 악플에 고통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에서 “선릉역 오토바이 라이더가 사고가 난 지 3일째다. 그러나 유가족은 악플 때문에 마음껏 슬퍼하기 어렵고 기사도 보지 못한다”며 “우리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배우자인데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가볍게 여기는 것에 분노한다”고 했다.

 

이어 “한 어머니가 있다. 자식의 직업이 배달 라이더라 라이더 관련 소식은 뉴스에서 꼭 본다”며 “수많은 사고 소식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자식에게 전화를 걸었던 어머니는 선릉역 사고를 보고도 자녀에게 전화했다.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바로 선릉역에서 사고가 난 라이더 어머니가 자식의 죽음을 접한 과정”이라고 했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 전날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원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노조는 “라이더의 최소한의 안전망인 ‘배달 오토바이 공제조합 설립’에 나설 것”이라며 “공제조합을 통해 저렴한 보험료, 의무 유상보험, 안전교육, 배달 교육 등을 책임지고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더와 위탁계약을 한 사측인 배민 측에는 사고에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장례비용 일체와 위로금을 지급하길 바란다”며 “그것이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A씨는 지난 26일 오전 11시27분쯤 서울 강남구 선릉역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 뒤에 있던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화물차 운전자는 사고 당시 앞에 있던 A씨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숨진 선릉역 8번 출구에는 A씨 동료들과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29일 오전 9시 발인 때까지 이곳에서 추모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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