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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이자 동반자… 예술로 본 개와 인간의 관계

입력 : 2021-08-28 02:00:00 수정 : 2021-08-27 19: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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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유대감
각 문화권 개 주제의 예술 집중 조명
로마의 개 초상서 중남미 조각까지
상징적 존재 등 다양한 관점서 설명
개도 인간과 비슷한 감정 느끼는 듯
에드윈 랜드시어의 ‘늙은 양치기의 상주’는 인간과 개의 깊은 유대를 먹먹한 화면으로 묘사하고 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를 주제로 한 예술품은 모든 문화권에서 오래전부터 만들어졌다. 아트북스 제공

나의 절친-예술가의 친구, 개 문화사/수지 그린/박찬원 옮김/아트북스/2만2000원

 

“인간의 가장 충직한 친구이자 성실한 동반자이며, 의지할 수 있는 영혼”이라는 개에 대한 정의를 실제로 확인하는 건 쉽다. 집 가까운 공원에만 나가도 개를 산책시키는 수고를 즐거움으로 여기고, 기꺼이 그들의 똥, 오줌을 처리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인간에게 개란 ‘짐승’이라고만 부르기엔 어색한 존재인 지 오래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개는 ‘명예인간’으로서 동족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다.

예술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연구해 온 수지 그린은 책 ‘나의 절친’에서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개를 주제로 한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예술을 집중조명”함으로써 인간과 개의 이런 관계를 보여준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야코포 바사노는 귀족 안토니오 잔타니에게 그림 의뢰를 받는다. 주문서의 내용은 간단했다.

“하운드 두 마리, 개들만 그릴 것.”

수지 그린/박찬원 옮김/아트북스/2만2000원

1548년 작 ‘나무 밑동에 묶어둔 사냥개 두 마리’는 그렇게 탄생했다. “(예술작품에서) 개가 인간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동물 초상화는 예나 지금이나 정통화가에게 적절치 않은 주제로 간주되지만 수많은 작품이 제작됐다. 책이 개 초상화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개의 “본질을 정확히 포착하고 감정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복잡한 내적 생명력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을 추구했고 “인간과 마찬가지로 개에게도 저마다 특유의 성격이 있고 보편적인 표정이 존재한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표현하는 단어로 ‘휴머니티(humanity)’에 대응해 만든 ‘도그머니티(dogmanity)’란 단어를 제시했다.

1600년경 이탈리아 피렌처에서 제작된 청동상 ‘개와 곰’은 곰 사냥에서 싸움 능력을 발휘한 개를 묘사했다. 근육은 강인하며, 스파이크가 박힌 넓은 목걸이는 곰의 공격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섬세하게 조각된 얼굴에는 근심과 두려움이 드러난다. “주인의 사랑을 얼마나 많이 받았든 개로서는 힘들고 두려운 삶이었으리라.”

조지 스터브스는 1778년 작 ‘갈색과 흰색의 노퍽테리어 또는 워터스패니얼’에서 개의 외양과 성격 두 가지 묘사 모두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작품을 “스패니얼의 숱 많고 곱슬한 털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탄력, 개의 부드러운 태도와 다소 신중한 기질의 표현은 가히 감탄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안드라데 블라스케스의 ‘물가에서’(1897년)를 통해서는 자기가 지켜야 할 가축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준비가 된 굳은 의지를 가진 양치기 개를 만날 수 있다. ‘눈 속의 시베리아 개’(1909년)를 그린 프란츠 마르크는 자연은 순수한 영혼의 눈을 통해 바라보아야 한다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동물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상상하는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자기 세상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는” 개의 초상화를 보는 것은 흥미롭지만 뭉클한 감상을 일으키는 건 역시 삶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한 인간과 개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무릎을 꿇고 개에게 입 맞추는 여인’은 서기전 1100∼500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남미의 조각이다. “강아지가 여인의 품으로 뛰어드는 순간을 포착한” 조각은 “창의적이고 활력과 생명력, 행복, 자연스러움”으로 충만하다. 2500년 된 바빌로니아의 청동상 ‘남자와 개’는 절제되었지만 온기와 매력이 가득하다.

시간을 훌쩍 건너뛰어 19세기의 영국으로 가보자. 빅토리아 여왕의 반려견 수십 마리의 초상화를 그린 에드윈 랜드시어는 1837년작 ‘늙은 양치기의 상주’에서 인간과 개의 깊은 유대를 먹먹하게 표현했다. 세상을 떠난 주인의 관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보더콜리 한 마리를 그린 그림이다. “서글픈 것은 (이 그림의) 콜리가 이 늙은 양치기의 단 하나의 가족으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존재로서 비통함을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존 러스킨은 “이 그림은 화가가 단순히 피부 질감이나 직물의 주름을 잘 표현하는 모방자가 아니라 마음을 가진 사람임을 확고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책은 개를 주제로 한 예술품들을 8장으로 나누어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한다. 안내자이자 보호자의 역할을 하는 상징적인 존재로서의 개의 초상을 추적한 장에서는 고대 이집트, 그리스와 로마, 페르시아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개가 가진 사냥 능력과 그것이 예술에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도 살펴본다. 종교가 세상을 지배하다시피 했던 중세는 개가 홀대받았던 시절이라고 한다. “유일신 종교가 유럽을 지배하면서 신성하든 불경하든 개와의 거래는 없었고”, 이슬람교에서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개를 불결하고 악담을 퍼부을 대상으로 보았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표현주의, 인상주의가 대세가 되자 사실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먼 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경향의 작품들은 개의 변화하는 이미지를 묘사하고, 개가 장식품이 되어가는 현상 등을 보여준다.

비평가 브라이언 슈얼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순전히 관찰자의 관점에서 나는 많은 개가 우리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사랑뿐만 아니라 최소한 슬픔과 상실감도 느낀다고 확신한다. … 나는 그들이 개이기에 사랑한다.”

이 말의 의미에 흥미가 이는, 혹은 수긍이 가는 독자라며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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