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24일 상당수 군범죄를 민간에 이양하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여기서 군범죄는 군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개정안에서 가장 큰 진전은 군내 성범죄 수사와 기소를 포함해 재판(1심)까지 모두 민간이 맡도록 했다는 점이다. 잇단 군내 성추행 사건으로 이번 기회에 군 사법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컸기 때문이다.
군사재판 결과에 대한 군 지휘관의 재량권을 크게 제한한 것도 주목된다. 국회는 1948년 7월 국방경비법 시절부터 유지돼온 ‘관할관’(사단장 등 군 지휘관이 법원장을 맡는 것)과 ‘심판관’(장교가 재판관으로 참여하는 것) 제도를 폐지했다. 물론 전시가 아닌 평시에 한해서다. 평시 관할관 제도가 사라지면서 관할관에게 부여되던 ‘확인 조치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확인 조치권은 관할관이 “형이 과중하다고 판단될 때 선고된 형량의 3분의 1 미만 범위에서 형을 줄일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육군은 사단장, 해군은 함장, 공군은 전투비행단장 이상의 지휘관이 1심 판사를 지정하고 최종 형량을 줄일 수 있다. 사실상 ‘초법적’ 권한을 부여한 것인데, 군 지휘관 재량에 따라 판결이 가능했다는 의미다. 구속수사 대상인 만취운전이 고작 벌금형에 처해지거나, 성범죄나 경미한 폭행이 문책성 징계에 그친 경우가 다반사였다. 장교와 병사 간 처벌 기준에 차별을 둔 경우가 적잖았다. 지휘관인 사단장 또는 군단장이 마음만 먹으면 군내 사건·사고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았다.
이러니 군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이 컸다. 법조계도 지휘관의 ‘형량 감경권’과 ‘심판관’ 제도가 자칫 군사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줄곧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군 수뇌부가 거세게 반발해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한민국 법체계는 군의 특수성을 감안해 군 사법제도를 인정해왔다. 그렇다고 사법 정의와 법 감정까지 민간과 다를 수는 없다. 법과 원칙 앞에 만인은 평등해야 한다. 더욱이 공정이 화두인 시대 아닌가. 군 지휘관에 의한 형량 감경은 사라져야 할 구시대 유물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