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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의공감산책] 운과 노력 사이, 현명한 마음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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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23 23:27:46 수정 : 2021-08-23 23: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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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거나 걱정이 있을 때
운에 기대고 싶은 심리 커져
위안은 삼되 맹목은 위험해
노력으로 운명 바꿀 수 있어

올림픽 시즌이 되면 실력보다 운이 중요하다는, 소위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몇 년 아니 몇 십년 동안의 노력을 쏟아부은 경기장에서 부상을 입는다거나 심리적 압박감을 못 견디게 돼 기권하는 등 예상외의 결과가 벌어지기도 하고 의외의 선수가 메달리스트가 되면서 운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여자사격 스키트 세계 1위인 앰버 힐을 비롯해 코로나 확진으로 경기에 참여하지 못한 선수들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한국 여자 체조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낸 여서정은 한국 최초의 부녀(父女)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관심을 받았다. 물론 일차적으로 여서정 선수의 그간 노력으로 인한 실력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시몬 바일스의 기권이 전혀 작용하지 않은 결과라 보기도 어렵다. 체조 여왕이라 불리는 바일스는 심각한 스트레스로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을 중도 기권했고, 여자 기계체조 도마, 이단평행봉 결선도 기권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 심리학

이제까지 이런 올림픽 행운아로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스티븐 브래드버리다. 2002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2000m에서 금메달을 받은 브래드버리는 그야말로 운의 신으로 통한다. 김동성, 오노, 안현수 등 당시 세계 최상위권 선수와 같은 팀이었기에 메달권 안에 들어가리라고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결승전에서도 앞 선수 4명이 모두 넘어지는 바람에 덜컥 금메달리스트가 돼버렸다. 자신도 믿을 수 없는 금메달이었다. 이후 ‘두 어 브래드버리(Do a Bradbury: 뜻밖의 결과로 횡재를 하다)’라는 용어가 생겨났을 정도이다.

이렇게 운칠기삼, 운이 더 많은 것을 좌지우지한다는 생각, 그러다 보니 운에 기대는 심리가 생겨나게 된다. 자신의 노력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금수저론도 이미 타고난 운이 좋으면 성공도 더욱 쉬워진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별자리와 같은 점성술, 손금 읽기, 사주 등에 젊은 층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사람들은 어떤 부정적인 것을 경험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런 사건이 ‘왜’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한다. 별자리 운세나 타로카드 등은 비록 실증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프레임을 제공한다. 사주나 점성술을 통해서 자신의 성격에 관한 진술을 듣게 되면 사실 많은 이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지만 자신에게 더 잘 맞는 것처럼 느끼게 되고, 그에 대한 믿음이 강화되기도 한다.

성격유형검사도 부분적으로는 이와 관련이 있다. 최근 젊은층을 대상으로 MBTI검사가 유행했다. 성격을 16개의 유형으로 나누어서 설명하는 검사이다. 이 검사를 실시한 대부분의 사람은 너무나 자신의 성격을 잘 설명한다고 이야기한다. 같은 유형에 속하는 그 많은 사람의 개인차가 얼마나 클 텐데, 그런 것은 무시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본인의 성격이 맞다는 생각이 들고 때로는 16가지 유형 안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는 노력까지 슬그머니 하게 된다.

바로 바넘 효과(Barnum Effect)이다. 바넘 효과란 거의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성격에 대한 진술을 자기 자신에게만 유효하게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을 최초로 실험적으로 증명한 심리학자 버트넘 포러(Forer)의 이름을 따서 포러 효과(Forer effect)라고도 한다. 포러는 그의 심리학 수업 강의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간단한 성격검사를 받도록 했다. 일주일 후, 학생들은 자신의 성격검사 결과를 받게 됐다. 학생 대부분이 그 결과가 너무나 자신의 성격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너무나 만족했다. 그러나 사실은 모든 학생은 똑같은 결과지를 받았다. 즉 자신의 성격에 관해 묘사한 글은 사실 모두에게 동일했고 구체적이지 않았음에도 학생들은 그 검사도구가 성격 측정에 적합한 평가 도구라고 평가했다. 즉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들어맞는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인데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고 그 설명에 자신을 맞추려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사람들의 불안과 연관이 있다. 사람들은 불안하거나 걱정이 있을 때, 심리적인 도움을 받고 싶어하고, 그렇기 때문에 결과의 정확성을 고려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사회적 인정욕구가 높은 사람이 성격 유형검사에 더 의존적이라는 보고도 있다.

물론 자신의 성격이 어떤가를 스스로 판단하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계획도 세우고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런 유형검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금물이다. 마치 이 검사가 자신의 성격을 완벽하게 진단해주기에 이런 사람은 멀리하고 저런 상황은 회피해야 한다는 맹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주를 보거나 점을 보는 행위도 중독이 일어날 수 있듯이, 이런 검사 의존성도 습관화될 수 있다. 자신의 성격도 변화될 수 있고, 능력도 변화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더 현명하다. 운이 중요할지도 모르나 모든 것이 이미 그 어떤 운명이나 천성적으로 결정돼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다는 무기력에 빠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나의 노력이 어쩌면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유연한 마음가짐이 성공으로 이끌지 않을까 싶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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