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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 보내는 ‘코드 레드’ 그리고 투발루에 남겨진 고양이 [더 나은 세계,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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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23 10:00:00 수정 : 2023-08-20 16: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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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공개한 6차 평가 보고서(AR6·사진), 특히 제1실무그룹(WG I)의 보고서는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보고서의 골자는 지구의 기온 상승이 대부분 인간의 무분별한 파괴 활동에 의해 진행되고 있으며, 이마저도 과거에 예측했던 수치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라는 과학적 결론이었다.

 

앞서 2018년 발간된 IPCC의 ‘특별 보고서 지구 온난화 1.5도’(Special Report on Global Warming of 1.5℃)에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한 기간이 2030년~52년이었지만, 이번 보고서에는 무려 10여년 단축된 2021년~40년이었다.

 

이 보고서는 또 1.5도 높아지면 극한 고온의 가능성이 8.6배 높아지고, 동시에 해수면 상승으로 태평양 섬 국가는 100년 안에 물에 잠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전 세계가 힘을 합쳐 오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해도 여전히 2081년~2100년의 해수면은 최대 55㎝ 상승할 것이라는 비관적 결론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Code Red ·심각한 위기에 대한 경고)”가 발동됐다고 평가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될 위기에 처한 태평양의 투발루, 키리바시, 마셜 제도 등의 국가에서 아이들이 하루를 보내는 의미는 크게 달려졌다. 학교에서 어떤 새로운 세상을 배우게 될지 기대하는 것이 아닌, 지금 누워있는 침대와 함께 바다로 떠내려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의 연속인 셈이다.

 

선진국을 향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주요 20개국(G20)이 세계 온실 가스의 80%를 배출하면서 전체의 0.23%만 차지한 태평양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겪게 된 탓이다. ‘기후 불평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기후 불평등은 가난한 이, 그 국가에게는 가혹하다. 지난해 9월 국제 구호개발기구 옥스팜과 스웨덴 스톡홀름환경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전 세계에서 소득 최상위인 1% 부유층이 배출한 탄소량은 하위 50%의 2배가 넘었고, 국가별로는 배출량 중 3분의 1은 미국, 18%는 중동 국가, 14%는 중국에서 각각 나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미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조사에서는 1961년∼2010년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300t 이상인 14개 선진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평균 13%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 역시 기온이 오르면서 농업 생산량이 증가해 이전보다 1인당 GDP가 34% 증가한 반면, 상대적으로 빈곤한 인도와 나이지리아는 각각 31%, 29%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기후 불평등의 격차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IPCC의 6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는 오는 11월 영국에서 개최될 유엔기후변화협약 26차 당사국 총회(COP26)와 오는 2023년 시행 예정인 파리 기후변화협약 첫번째 이행 점검 등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관련 회의에서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예정으로, 불평등을 포함한 기후 위기의 중요힌 자료가 될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앞서 100년 내 사라질 섬으로 언급된 태평양의 투발루(사진)는 2008년 출간되었던 미래 환경 그림책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에 그 위기 상황이 그대로 담긴 바 있다. 덕분에 국제사회를 상대로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데 적지않은 영향을 주었다. 

 

이 책에서는 투발루에 사는 ‘로사’라는 여자아이는 ‘투발루’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키운다. 로사는 투발루와 함께 밥도 먹고, 공놀이도 하고, 노래도 부르지만 물을 싫어하는 투발루와 수영만큼은 함께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빙하가 걷잡을 수 없이 녹아내리자 바닷물이 로사의 집 마당까지 넘치고 만다. 결국 로사네 가족은 투발루를 떠나기로 결정하고,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 투발루는 바닷물을 피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렇게 투발루를 뒤로 한 채 이륙하는 비행기에서 창밖을 바라보던 로사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한다.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라고.

 

투발루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서서히 잠겨가는 섬에 홀로 남아 떨고 있을까, 아니면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태평양을 가로질러 수영하고 있을까.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쳐주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는 로사의 모습은 우리 역시 기후 위기 대응에 늑장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김보영 UN SDGs 협회 선임연구원 unsdgs.boyoung@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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