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최초의 사제이자 순교자인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의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봉헌됐다. 교황청 시성성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의 주례로 열린 미사는 현지 신도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어로 진행됐다.
유 대주교는 ‘성김대건 신부님,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강론에서 “김대건 신부는 25년 26일이라는 짧은 지상의 삶을 통해 인간의 참된 삶의 가치를 보여줬다”며 “엄격한 유교적 신분사회에서 인간 존엄과 평등사상,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했다. 한마디로 믿음과 삶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김대건 신부는 1845년 8월 조선인 최초로 가톨릭 사제가 된 인물이다. 그는 천주교 박해가 절정이던 당시 관헌에 체포돼 1846년 9월 효수됐다. 김대건 신부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인 1984년 시성돼 성인품에 올랐다.
교황청 안팎에서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한국 가톨릭의 240년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한국천주교는 김대건 신부를 기리며 오는 11월27일까지 ‘희년’을 선포했고, 유네스코는 김대건 신부를 ‘2021 세계기념인물’로 지정했다. 교황청 관영 매체인 ‘바티칸 뉴스’는 이날 온라인 이탈리아어판에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와 한국 순교자의 역사를 돌아보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유 대주교는 “코로나19라는 위기의 시대에 맞은 희년은 우리 모두에게 큰 은총과 함께 중대한 사명을 새롭게 전해준다”며 “형제애는 코로나19는 물론 병든 세상의 유일한 해독제이자 사회악의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미사에서는 한반도 평화도 염원했다. 유 대주교는 “남북 통신선이 복구됐다가 멈추는 등 남과 북, 북미 관계가 살얼음을 걷는 상황”이라면서도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관계에 유연한 모습을 취하는 등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요소들이 보이는 듯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을 방문해서 새로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며 “특별히 김대건 신부와 우리의 자랑스러운 순교자들의 전구(轉求)를 청한다”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에 기념 메시지를 보내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이 기쁨의 날, 저의 메시지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교우에게 닿기를 바란다”면서 “이 기쁜 기념일은 영웅적 신앙의 모범적 증인”이라고 축복했다.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한국어 미사가 봉헌된 것은 약 6년 5개월 만이다. 앞서 한국 주교단이 교황청을 방문했던 2015년에도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한국어 미사가 열렸다.
이번 미사는 유흥식 대주교가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부임한 후 현지에서 주례한 첫 공식 미사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로마에 도착한 유 대주교는 지난 2일 취임과 함께 업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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