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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제주도 거리두기 4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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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19 23:16:10 수정 : 2021-08-19 23:16:09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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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설 명절 때 제주도엔 15만명이 외부에서 몰려들었다. 귀성객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관광객이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여행 1번지인 제주를 택한 거다. 공항을 비롯해 제주도내 호텔과 골프장마다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후에도 서울과 수도권의 확진자가 늘어갈수록 제주는 코로나19의 피난처로 각광받았다.

 

이랬던 제주도에 18일 첫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됐다. 코로나19 무풍지대였다가 최근 하루평균 확진자가 41명 이상으로 는 때문이다. 그야말로 혼돈의 섬이 됐다. 렌터카 업체와 숙박시설 등에 하루 종일 문의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구체적인 방역 수칙과 단속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4단계를 덜컥 적용했다는 게 금방 들통났다.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렌터카 동승금지 조치가 대표적이다. “렌터카 동승객 4명이 교통체증 등으로 오후 6시를 넘기면 2명은 내려 택시나 버스로 갈아타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부터 터져 나왔다. 단속하는 쪽에서도 “택시도, 승용차도, 렌터카도 도로 위에서 단속하는 게 쉽지가 않다. 이건 아니지 않냐”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어차피 주의나 계도 위주 단속이 될 게 뻔하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아닌가.

 

투숙객 정원을 2인으로 한정한 것도 코미디다. 가령 4명의 관광객이 2개의 객실을 나눠 예약한 뒤 한 방에 모여 음주나 담소를 나눈다면 어떻게 제재할 건가. 해수욕장을 폐장한다고는 했지만 샤워실 등 편의시설 제한에 그쳤다. 개인이 해수욕을 즐기거나 서핑 등 해양레저 활동을 하는 것은 예외로 뒀다. 원성만 키우는 3류 방역 대책이다.

 

그래도 당분간 제주도 갈 생각 말라는 정부 선전포고는 먹혔다. 18일 하루 동안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2만7000여명. 평소보다 25가량 줄었다. 광복절 연휴 때 붐볐던 공항 풍경도 휑해졌다. 여행 자제 분위기 확산으로 이어져 이게 실제 방역 효과로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제주지역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은 관광객에 의한 유입보다 제주도민 간 지역 전파가 더 심해서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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