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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 첫 공개 이후 30년… 빈방 늘어가는 ‘나눔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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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15 17:00:00 수정 : 2021-08-15 18: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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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인 1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작은 소녀상. 뉴시스

“나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이 순간을 내 평생 기다려왔습니다.”

 

1991년 8월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1924∼1997)는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국내에 처음 공개했다. 김 할머니는 “내 스스로 나왔는데,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할머니의 증언은 전 국민에게 충격과 울림을 줬고,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달았다. 국내에서만 240명의 피해자가 등록하면서, 제11차 아시아연대회의는 이날을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로 지정했다.

 

◆ 김학순 할머니 증언 30주년…전국 곳곳서 위안부 기림의 날 행사

 

15일 경기도는 전날 김 할머니의 증언 30주년을 기념하는 기림의 날 행사를 비대면 온라인 행사로 치렀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과 고령인 피해자들을 고려해 15분 길이의 영상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 할머니의 피해 증언을 돌아보는 ‘과거의 증언’, 생존 피해자들의 근황과 인터뷰를 담은 ‘현세대의 화답’, 아픈 과거를 잊지 않겠다는 ‘미래세대의 다짐’ 등으로 구성됐다.

 

이재명 지사는 기념사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아픔으로 남아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 광주의 위안부 피해자 거주시설인) 나눔의 집에도 빈방이 늘어가고 있다”고 했다.

광복절인 1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의 추모와 기림 공간에 공개증언 30년을 맞은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사진이 놓여 있다. 뉴시스

같은 날 서울에선 ‘내가 기억하는 김학순’을 주제로 고인의 용기를 기리는 토크콘서트가 유튜브를 통해 열렸다. 윤영애 전 교회여성연합회 총무는 “김 할머니는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 여성들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사명감을 가지셨다”면서 “(기자회견 전날) 직접 전화를 걸어 ‘일본이 저렇게 날뛰는데 뭘 하는 것이냐. 날 당장 불러내라’며 호통치셨다”고 회고했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김 할머니의 증언을 되새기는 온·오프라인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아사히신문 기자이던 우에무라 다카시 ‘주간금요일’ 발행인은 “기억 계승에 대한 공격을 일본 정부가 저지하지 않는 건 큰 문제”라며 “(1991년 김 할머니의 사연을 일본에 처음 보도한 일로) 일본 우익들로부터 극심한 공격을 당하면서도 꿋꿋이 싸워왔다”고 술회했다.

 

이처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는 14일을 전후해 전남 무안과 전북 전주 등 전국 곳곳에서 줄을 이었다.

경기도 제공

◆ 생존 위안부 피해자 14명, 경기도 거주 5명…‘나눔의 집’ 사태는 진행형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14명으로, 이 중 5명이 도내에 거주 중이다. 이들의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해 평균 연령 92.2세에 치매 등의 질환을 앓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 광주시 퇴촌면의 나눔의 집 사태는 국민에게 충격을 던진 이후 지난 1년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은 ‘나눔의 집 후원금 88억여원 중 나눔의 집 시설로 보낸 금액이 2억원(2.3%)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검찰도 전직 시설 운영진 등을 사기,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 나눔의 집은 기관경고 조치 등을 내린 국민권익위와 소송을 벌이고, 국가인권위의 권고 이행도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광복절인 1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의 추모와 기림 공간. 뉴시스

정상화를 위해 출범한 나눔의 집 임시이사회도 운영주체인 조계종 측과 협의가 미뤄지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눔의 집에는 현재 평균 연령 96세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4명이 생활하고 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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