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14조 ↑·기업대출 8조↑
대출 조이기 ·집값 거품 경고에도
부동산·주식 투자 열풍 이어져
한은, 8월 중에 기준금리 올려
과잉 유동성 회수 나설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해 지난해부터 시중에 풀리기 시작한 통화량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정부의 대출 조이기와 집값 경고에도 저금리 기조에 ‘빚투’(빚내어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통한 부동산, 주식 투자 열풍이 지속되면서 한 달 새 27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유동성 과잉에 대한 경고가 높은 수위에 다다른 가운데 이달로 점쳐지는 기준금리 인상이 안정적인 유동성 회수 카드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6월 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잔)은 광의통화(M2) 기준 3411조8000억원으로 집계돼 전월 대비 26조8000억원(0.8%)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10.9% 늘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를 의미한다.
M2는 2017년 9월 이후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지난해 4월 처음 3000조원을 돌파한 뒤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우리 경제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대출이 6월 통화량 급증을 견인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통화량은 1665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4조3000억원(0.9%) 늘었다.

정진우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차장은 “올해 내내 주택 매매 및 전세거래자금 수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등 주택 매매 및 전세거래 등에 따른 대출자금 수요가 증가했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6월 주택담보대출이 5조원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기업부문 통화량은 전월 대비 7조9000억원(0.8%) 늘어난 100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관련 자금수요와 국책은행의 금융지원으로 자금이 유입된 영향이다. 대기업은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면서 회사채 발행과 유상 증자 등 투자 자금이 늘어났다.
반면 기타 금융기관의 통화량은 4조6000억원 감소한 55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4월 말 대규모로 유입됐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이 회수된 영향이다. 실제 4월 SKIET 청약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인 80조9000억원이 몰린 바 있다.
단기자금 지표인 M1(협의통화)은 128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16조1000억원(1.3%) 늘어 M2 증가율보다 가파르게 증가했다.

유동성 과잉 부작용으로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오르고 최근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자 한은은 이례적으로 총재가 직접 수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빠른 시일 내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효과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의견을 보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3월 선거가 있어 긴축통화 정책이 쉽지 않다는 견해가 있지만 자산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8월이나 연내 빠른 시기에 금리를 높이는 방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위험 분산을 위해 연내 한 번 내지 최대 두 번, 0.25%씩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금리 인상 카드를 두 번까지 쓸 수 없어 효과가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고 여전히 경제난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자금 조달을 도우려면 지금은 금리 인상할 시기가 아니다”며 “섣불리 금리를 인상했다가 양극화를 키울 수 있고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나쁜 스태크플레이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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