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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빙하·호수 아름다운 자연, 알프스의 나라 버킷리스트 여행 [박윤정의 원더풀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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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14 07:00:00 수정 : 2021-08-11 23: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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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서 출발… ‘올림픽 수도’ 로잔·이탈리아 옆 로카르노·관광휴양도시 생모리츠까지
어릴적 보던 달력 속 풍경 속으로 GO!
취리히 전경. 상업의 중심지이자 교통의 요지로 스위스 최대 도시이다. 인천에서 직항으로 비행기가 운항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그랜드 투어! 여행상품을 일컫기도 하고 스포츠 경기를 일컫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의미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유래는 17∼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상류층 귀족 자제들이 역사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떠나는 유럽여행에서 비롯한다. 아마도 우리네 학창시절 수학여행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짧은 기간이 아닌 긴 기간의 여행이었을 테지만 말이다.

‘스위스 그랜드 투어’는 스위스 중앙관광청에서 발간한 안내책자 제목이다. 스위스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접하는 국가로, 인접 국가들이 역사와 문화로 관광객들에게 손짓하는 것과 달리 아름다운 자연 홍보를 내세운다. 인접 국가들처럼 역사와 문화보다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먼저 떠오르는 나라이기도 하다. 특별한 역사와 문화가 두드러진 나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관광청에서 홍보를 왜 그랜드 투어로 했을까. 어떤 의미의 그랜드 투어인지 호기심이 가득 생긴다.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어 어디에서나 산을 마주하고 깨끗한 빙하 호수들이 널려 있는 나라, 이렇듯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도시를 넘나들며 색다른 그랜드 투어를 즐겨 보리라 다짐하고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짧은 기간 내에 한 나라를 구석구석 모두 둘러보는 것은 쉽지 않겠지. 스위스 여행 중 방문하게 되는 리히텐슈타인과 같은 작은 나라라면 모를까. 섬을 제외한 전라도와 경상도를 합친 면적과 비슷하다고 하니 감히 꿈꿔 보기로 했다. 면적이 4만1285㎢라고 하지만 해발고도 3000m 넘는 산들이 즐비하니 짧은 직선거리보다 둘러 가는 길이 더 많을 듯싶다. 겨울철 자동차 여행은 눈으로 인해 더 힘들다고 해 날씨 좋은 봄날을 선택하여 계획해 보기로 한다.

관광청 안내책자는 자동차로 여행하는 그랜드 투어와 함께 기차로 여행하는 그랜드 트레인 투어도 설명한다. 쾌적한 기차를 타고 편안하게 알프스를 여행하는 방법으로 산 정상부까지 오르는 산악열차와 빙하특급, 베르니니 특급과 같은 멋진 관광열차 코스도 상세히 덧붙인다. 시계의 나라답게 열차시간이 정확하여 많은 이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하지만 기차와 일반 대중교통만으로 이동하기엔 소요되는 시간이 많을 것 같다. 스위스 철도 앱을 이용하면 멋진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다고 하지만, 결국 자동차 여행을 선택하고 특급 관광열차를 경험하기로 했다. 많은 사람의 버킷리스트 우선순위의 나라, 어릴 적 달력 풍경을 바라보며 여행을 꿈꾸던 아름다운 자연의 나라로 그랜드 투어를 떠난다.

로잔 올림픽 박물관. 스위스 서쪽에 위치한 호수 도시 로잔은 올림픽박물관으로 유명하다.

비행기는 스위스 취리히를 향해 이륙한다. 많은 사람이 수도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취리히는 상업의 중심지이자 교통의 요지로 스위스 최대 도시이다. 수도 베른까지 향하는 직항 비행기는 없지만 취리히까지는 인천에서 직항으로 비행기가 운항되고 있다. 다른 국가를 가기 위해 하루, 이틀 머물던 여행이 아니라 오롯이 스위스 여행만을 즐기려 하니 또 다른 설렘이 가득하다. 북부도시 취리히를 출발하여 올림픽의 수도라 불리는 로잔을 향해 서쪽으로 이동하고, 다시 남쪽 이탈리아와 접해 있는 로카르노를 지나 동부 최고의 관광휴양도시 생모리츠까지 훑어보는 여정! 스위스 관광청이 자랑하는 그랜드투어를 따라 여행을 나선다.

생모리츠. 스위스 동부 최고의 관광휴양도시. 넓은 호수가 꽁꽁 어는 겨울이면 겨울왕국이 따로 없지만 알프스에 둘러싸여 있어 한여름에도 맑고 시원한 자연을 누릴 수 있다.

점심시간 즈음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12시간이 지나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다. 서머타임으로 시차는 7시간. 유럽은 아직 이른 저녁이다. 초저녁으로 날이 어둡지 않아 취리히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곧장 루체른으로 향한다. 공항을 출발한 차량은 1시간을 달려 루체른에 도착했다.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분위기, 그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도시가 루체른이다. 호수를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고 그 호수를 매력적인 봉우리들이 감싸고 있다. 이 도시만으로도 스위스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어느 산은 케이블카로, 어느 산은 산악열차로 방문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산은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톱니바퀴 열차로 루체른에서 하루, 아니 반나절에 다녀올 수도 있다. 세계 3대 음악축제라 불리는 클래식 음악축제가 열리고 중세시대 성벽과 보루가 남아 있어 구시가지 거리를 걸으며 과거로의 시간여행도 즐길 수 있다.

호수를 지나 초록으로 뒤덮인 산기슭을 젖히고 골목길로 향한다.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로 들어서니 어느덧 창밖 하늘이 어둑어둑하다. 호수 위로 짙은 청푸른 밤하늘이 펼쳐진다. 어둠이 몰려오는 하늘 위로 갑작스레 밝은 빛이 번쩍인다. 놀라움으로 커튼을 젖히니 하늘에 번개가 그림을 그리고 사라진다. 소리도 없이 번쩍번쩍, 짙은 청색을 비추는 빛이 구름 속에 숨기를 반복한다. 천둥소리 없이 내리치는 번개가 마냥 신기하다. 비도 오지 않는 마른 밤하늘 날벼락이 이런 경우이겠지. 스위스 그랜드 투어 첫날밤을 이렇게 맞이한다.


박윤정 여행가, 민트 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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