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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TX ‘유독가스 뿜는 카펫’ 깔고 12년째 운행

입력 : 2021-08-09 17:28:36 수정 : 2021-08-09 21:28:31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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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사, 화재성적서 위조 의혹

KTX-산천 특실 바닥에 장착
연기 유독성 부분 불량 정황
성적서 발급업체인 센텍스벨
본지 문의에 “발급 사실 없다”
코레일·국토부는 “확인 불가”
사진=연합뉴스

첫 한국형 고속열차인 KTX-산천 특실 바닥에 깔린 카펫의 화재시험성적서가 위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카펫은 2010년 KTX-산천이 첫 운행을 시작할 때부터 사용됐으며, 현재도 이 카펫을 장착한 열차가 운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KTX의 운영주체인 한국철도(코레일)와 관리·감독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제보받고도 책임을 미루거나,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9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철도차량 인테리어·개조공사 기업인 A사는 2008년 중국에서 제작된 카펫을 KTX-산천 차량 제작사 현대로템에 납품했다. 현대로템은 A사에서 납품받은 카펫으로 KTX-산천의 특실을 만들었는데, 납품과정에서 제출된 A사 카펫의 화재안전기준 시험성적서 중 연기 유독성 부분이 위조된 정황이 포착됐다.

 

A사는 시험성적서를 벨기에 연구소인 ‘센텍스벨’에서 발급받았고, 이 성적서는 감독사인 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로테코)으로 보내진 뒤 담당자 확인을 거쳤다. 하지만 센텍스벨은 최근 본지 질의에 “해당 성적서는 센텍스벨에서 발급한 것이 ‘분명히 아니다(clearly not)’”라고 회신했다.

 

센텍스벨은 이보다 앞선 2007년 A사가 자체적으로 의뢰한 다른 카펫 샘플에 대한 성적서를 발급했는데 A사가 2008년 납품 과정에서 제출한 카펫 샘플의 화재시험성적서의 ‘연소 시 연기의 독성’ 항목 수치가 동일했다. 문화재 재난안전위원회 위원장인 윤명오 서울시립대 교수는 통화에서 “같은 카펫 재료라도 한 올 한 올이 다르고 습도가 다르기 때문에 테스트를 실시할 때마다 (수치가) 달라야 한다”며 “이는 이론적으로 성립할 수가 없는 결과”라고 말했다. 센텍스벨이 발급한 2007년 성적서를 이용해 2008년 성적서를 위조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통화에서 “2008년 당시 시험성적서가 제3자(로테코)에게로 제출됐고, 로테코가 도장을 찍음으로써 정상적인 제품이 맞다고 인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은 “철도안전법에 의거해 검사기관이 시험 및 검사결과 확인서를 발급한 후 공사(코레일)에 인수검사를 요청한다”며 “KTX-산천 특실 바닥재 해외성적서는 우리 공사가 직접 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2008년 벨기에 센텍스벨 연구소 명의로 발급된 A사 카펫에 대한 화재시험성적서. 감독사인 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로테코) 감독관 사인이 돼 있다. (원 안) 하지만 센텍스벨 연구소는 이 성적서를 발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같은 내용의 제보를 받고 “성적서를 발급한 시험기관(센텍스벨)에서 ‘발행일 10년이 경과한 성적서는 보관하고 있지 않음’이 확인됐다”며 “그 당시 발급된 원본 성적서를 받지 못함에 따라 시험성적서의 위변조 여부에 대해 사실상 확인이 불가하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센텍스벨 연구소는 본지 취재에 명확하게 발급 사실이 없다는 답을 보내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우리(국토부)가 메일을 보냈을 때는 답이 없었고, 우리는 제3자이기 때문에 그쪽(센텍스벨)과 비즈니스 관계가 있는 운영사나 현대로템을 통해서 답변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조 문제가) 사실이라면 중대한 사안인데, 국토부에서 압수수색이나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수사요청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사는 대통령 전용 고속열차 ‘트레인 원’의 인테리어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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