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부, 백신 접종 의무화할 법적 권한
대법원 “의무 접종, 각 주가 주관” 판시
마스크 착용여부도 주가 정할 수 있어
회사·학교 방역지침 임의로 거부 못해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 접종이나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미 헌법의 기본 가치인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일까. 일단 연방정부의 방역지침에 법적 강제력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개인이 주(州)정부나 회사, 학교의 방역규칙을 임의로 거부할 수는 없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마스크 재착용’ 지침을 거부하며 “모든 텍사스인은 마스크 착용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녀들에게도 마스크를 쓰게 할지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학생들의 마스크 착용 지침도 비판했다. 이에 고무된 듯 백신 반대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3일 “우리 몸에 들어가는 것을 우리가 선택할 권리가 없다면, 대체의학은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美 정부, 백신 접종 강요 못해”→연방은 논쟁 있어, 州정부는 가능
이들의 주장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실제 CDC나 연방정부의 마스크 착용·백신 접종 권고는 법적 강제력이 없다. 연방정부가 방역 대책을 ‘권고’하는 데 그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연설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가 가능한지 법무부에 검토를 요청했으며, 법무부는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도 “연방정부가 국가 전체의 백신 접종을 강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주정부는 백신 접종이나 마스크 착용 여부를 의무화할 법적 권한이 있다. 근거는 1905년 이른바 ‘제이컵슨 대 매사추세츠’ 판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이컵슨이란 이름의 시민이 천연두 백신 예방접종을 거부하며 매사추세츠주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미 연방대법원은 주정부 손을 들어주며 “백신 의무 예방접종은 각 주가 주관한다”고 판시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법률이 충돌할 경우에는 미 연방헌법 제6조에 따라 연방법이 우선한다. ‘마리화나 합법화’ 논쟁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내 37개주에서는 의료용 등 목적의 마리화나 사용을 허용 중이나, 연방법에서는 중범죄로 다루고 있다.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주더라도 연방기관인 연방수사국(FBI)은 원칙적으로 사용자를 수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연방정부가 코로나19 방역조치를 의무화한다면 주정부의 결정보다 우선하는 효력을 갖게 된다.

◆“학교·직장 방역지침 거부할 권리 있다”→사실 아님
기업·학교에 속한 개인이 자체 방역지침을 거부할 수도 없다. 먼저 학교의 경우 지난달 인디애나대학교 학생 8명이 대학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선례가 될 전망이다. 학생들은 “대학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가 수정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연방법원에서 기각됐다.
1심 법원은 판결문에서 “대학은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캠퍼스 내의 감염병 면역을 추구할 수 있다”며 “인디애나대의 판단은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직장도 직원들에게 코로나19 방역 동참을 강제할 수 있다. 미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는 지난 5월 지침에서 기업이 사무실 정상화를 위해 소속 직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건 합법적이라고 밝혔다. 백신을 맞은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