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허향숙

매미의 몸은 죄다 울음통이에요 울음을 쏟아 내지 않고는 이 여름을 건너갈 수 없어요 울고 또 울다 보면 빈 껍데기만 남겠죠

 

오래전 떠난 그녀 때문에 밤을 도와 울었어요 우는 일이 천직인 양 소낙비처럼 퍼붓다가 가랑비처럼 가랑대다가 폭풍우처럼 몰아치다가 매미의 최후처럼 텅 빈 몸이 되었지요

 

8월의 바람은 뜨겁다 못해 하얘요 울음이 다 빠져나간 매미의 사체를 하얗게 태우고 있어요

8월입니다.

폭염에 마스크까지 쓰고 다니자니 숨이 턱턱 막힙니다.

매미는 왜 그리 울어대는지요.

매미는 칠 년 만에 세상에 나와 반짝 빛나는 삶을 살다 갑니다.

매미의 울음을 듣다 보니 오래전 떠난 그녀가 생각납니다.

그녀가 이 세상을 떠나갔을 때

나는 소낙비처럼 울음을 퍼붓다가 가랑비처럼 가랑대다가

폭풍우처럼 몰아치다가 결국 탈진상태가 되었습니다.

매미의 최후처럼 텅 빈 몸이 되었던 거지요.

울음이 다 빠져나간 텅 빈 몸에 슬픔이 슬며시 자리 잡았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면서

나는 늙는데 슬픔은 늙지도 않는가 봅니다.

아무리 더워도 아무리 추워도 한시도 잊은 적 없는 그녀.

8월의 바람이 울음이 다 빠져나간 나를 하얗게 태우고 있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림지언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