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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록밴드 마네스킨과 화가가 빚은 ‘미친 와인’ 테스타마타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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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01 09:37:41 수정 : 2021-08-04 17: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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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수퍼투스칸 비비 그라츠(Bibi Graetz) 탄생 20주년/이탈리아 현지 화상 연결 인터뷰/화가이자 와인메이커 비비 그라츠, 마네스킨 음악에서 영감 얻어 스페셜 레이블 제작/2019 빈티지 탄생 엘레강스한 와인 정점 찍은 역작

비비 그라츠 테스타마타와 꼴로레 20주년 스페셜 레이블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속과 코로나19 확산의 우려속에서도 2020 도쿄올림픽이 한창 치러지고 있습니다. 노래에도 올림픽이 있답니다. 바로 ‘국가대항전’ 유로비젼 송 콘테스트입니다. 2차 세계 대전 후 폐허가 된 유럽인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1956년에 시작된 유로비젼 송 콘테스트는  아바, 셀린 디옹, 올리비아 뉴트존 등 숱한 유명 가수들을 배출했죠. 유럽방송연맹(EBU)에 소속된 방송사들이 각국의 대표 가수를 선발해 콘테스트에 내보내기에 ‘노래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겠네요. 

마네스킨

올해로 65회를 맞은 유로비젼 송 콘테스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렸는데 지난 5월 22일 최종결선에서 우승을 차지한 팀은 이탈리아 출신의 4인조 혼성 록밴드 마네스킨(Maneskin)입니다. 1980년대 록그룹을 그대로 닮은 강렬한 록사운드와 톡톡 튀는 가사, 파격적인 의상과 섹시한 무대로 현재 유튜브에서 가장 핫한 그룹으로 떠올랐죠. 특히 보컬 다미아노 다비드(Damiano David)의 성대를 긁는 듯한 짐승적이고 내추럴한 보컬과 퇴폐미가 돋보입니다. 팝가수들이 주로 우승하는 유로비젼 송 콘테스트에서 정통 록그룹이 우승한 것은 아주 이례적이죠. 지난 3월 71회 산레모 페스티벌에서도 우승한 라이징 밴드 마네스킨의 우승곡은 ‘Zitti e buoni’. 한마디로 ‘입 다물고 착하게 살라’는 뜻으로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기성세대와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젊은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비비 그라츠가 영감을 얻은 유로비젼 송 콘테스트 우승 당시 마네스킨 무대의상. EPA연합뉴스
마네스킨 2집 앨범 Teatro d′ira:Vol.1 재킷

이탈리아도 경기가 어려워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기 힘들고 보수적인 사회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해외취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하네요. 집을 사기위해 ‘영끌’해야하고 ‘이생망’을 외치며 결혼과 취업 등을 포기하는 ‘N포세대’가 등장한 우리나라와 비슷한가 봅니다. 실제 멤버는 1999∼2001년생이니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젊은이들입니다. 앨범 재킷의 복고풍 의상이 눈길을 사로잡는 지난 3월 발매된 2집 ‘Teatro d′ira: Vol.1’ 수록곡 ‘I Wanna Be Your Slave’가 유럽챠트를 석권하고 있고 1967년에 나온 더  포시즌스(The Four Seasons)의 곡을 마네스킨이 2017년 리메이크한 ‘베긴(Beggin)’은 빌보드 차트에 상륙할 정도로 그들의 인기는 전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꼴로레와 테스타마타 오리지널 레이블
꼴로레와 테스타마타 20주년 스페셜 레이블

마네스킨을 닮은 이탈리아 ‘수퍼투스칸’ 와인도 탄생했습니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비비 그라츠(Bibi Graetz)의 테스타마타 로쏘(Testamatta Rosso)와 꼴로레(Colore) 2019 빈티지입니다. 비비 그라츠는 두 아이콘 와인 탄생 20주년을 기념해 기존 레이블 대신 새롭게 파티 드레스 컨셉을 레이블에 적용했는데 바로 마네스킨의 1960∼1970년 스타일의 무대 의상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네요. 마네스킨의 내추럴하고 우아하면서도 강렬하고 스파클링처럼 톡톡 튀는 상큼한 사운드와 한 모금만 마셔도 지친 영혼을 일깨우는 테스타마타 로쏘와 꼴로레의 느낌을 아주 잘 표현한 레이블인 것 같네요. 비비 그라츠의 또 다른 직업은 화가인데 그의 뛰어난 예술감각 덕분에 이런 레이블을 만들어 낼 수 있었겠죠. 

비비 그라츠
비비 그라츠 화상연결 인터뷰

지난 7월 26일 줌(Zoom)으로 비비 그라츠를 만나 인터뷰하며 테스타마타 로쏘와 꼴로레 탄생 20년을 둘러싼 얘기들을 들어봤습니다. 비비 그라츠는 2000년 첫 클라이언트이던 에노테카 핀치오리 피렌체(Enoteca Pinchiorri Firenze) 셀러에서 한국과 화상으로 연결했습니다. “2019 빈티지는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스페셜 패키징으로 제작했답니다. 아침이슬이 햇살을 받아 버블처럼 반짝이는 느낌을 표현했어요. 이탈리아 뮤직 그룹 마네스킨이 뮤직 페스티벌에서 입은 60~70년대 내추럴한 스타일의 무대 의상에서 영감을 얻어 파티 드레스 컨셉을 적용했답니다. 2020년 빈티지부터는 다시 원래 레이블로 사용할 예정이에요.” 비비 그라츠는 모두가 감탄하는 환상적인 와인이란 와인에 아름다움을 담는 작업이라고 강조합니다. “미쉐린 가이드 스타 레스토랑에서 유명 셰프들이 완벽한 메뉴를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셀러에서 완벽을 기해 만드는 와인이 가장 환상적인 와인이라 생각해요. 양조과정에서 3개월동안 일주일 3차례씩, 하루 5~6시간의 테이스팅을 통해 블렌딩 작업을 하며 최고의 아름다움이 담긴 와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답니다.”

2016년 한국을 찾은 비비 그라츠

비비 그라츠는 2019 빈티지는 ‘시적이며(Poetry), 투명하고(Transparency), 우아하다(Elegance)’는 단어로 압축된다고 강조합니다. “봄에 비가 많이 내려 토양에 충분한 수분이 공급됐고, 뜨거운 여름을 지나며 과실이 잘 숙성돼 결과적으로 집중도가 뛰어난 포도가 생산됐어요. 수확 절차까지 모든 것이 순조로운 그레이트 빈티지랍니다. 2018년에는 예년보다 30~40% 정도 적은 양이 생산됐지만 집중도가 매우 좋아 파워풀한 와인이 만들어졌고 2019년에는 밸런스가 완벽하면서도 2018년보다 40% 많은 생산량을 기록했어요.” 와인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비비 그라츠의 철학은 대단합니다. 토스카나의 가장 안 좋은 빈티지중의 하나로 꼽히는 2017년에는 가뭄과 뜨거운 날씨로 기후 조건이 좋지 않아 아예 테스타마타와 꼴로레를 생산하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테스타마타 오리지널 레이블
테스타마타
테스타마타 20주년 스페셜 레이블

테스타마타는 평균 40∼60년 수령의 산지오베제를 사용하는데 최대수령은 90년에 달한다니 정말 올드바인으로 빚는 와인이네요.  바위가 많은 척박한 토양을 지닌 빈야드 7곳에서 포도로 만듭니다. 24개월간 프렌치 배럴에서 숙성하고 추가 6개월을 병숙성한 뒤 출시하며 연간 생산량은 5만병(2020년 기준)에 불과합니다. 수퍼투스칸의 원조 사시까이아(Sassicaia)의 연간 생산량이 25만병인 것과 비교하며 아주 적은 생산량입니다. 2015 빈티지 테스타마타는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이 99점을 줬고 2018 빈티지는 영국의 유명 와인 매거진 디캔터(Decanter)가 100점 만점을 부여했는데 비비 그라츠는 2019 빈티지가 이를 뛰어넘는다고 평가합니다. “2019년은 지난 10년 동안 추구한 엘레강스한 면모를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하늘에서 내린 선물 같은 특별한 빈티지입니다. 비비 그라츠가 그동안 추구해온 엘레강스한 와인의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부드러운 구조감과 향수의 느낌까지 잘 담은 와인으로 최고의 빈티지로 평가합니다. 산 도나토(San Donato)에 있는 5ha에서 자란 산지오베제가 테스타마타에 특별한 퍼퓸을 제공해요.” 비비 그라츠는 2018과 2020년은 2019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워풀한 빈티지라고 설명합니다. 테스타마타 2019를 한모금 마십니다. 블랙베리, 다크체리, 까시스 등 농익은 검은 과일향이 입안에 가득차고 가죽, 담뱃잎, 에스프레소 같은 커피향도 어우러집니다. 벨벳처럼 부드럽게 넘어가는 우아한 탄닌감,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뛰어난 해에 태어난 산지오베제의 품격을 얘기합니다. 오래 숙성한 치즈, 슬라이스 트러플을 가득 얹은 파스타, 비프스테이크와 잘 어울리는 와인입니다.  

꼴로레 오리지널 레이블
꼴로레
꼴로레 20주년 스페셜 레이블

꼴로레는 2020년 6000병만 생산됐을 정도로 비비 그라츠 최고의 포도로만 만드는 최상급 와인입니다. 산지오베제, 콜로리노, 카나이올로를 블렌딩하며 평균 수령 90년 이상으로 비비 그라츠가 소유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듭니다. 무려 30개월 오크 숙성하고 병입한 뒤에도 18개월 추가 숙성 후에 출시하니 4년의 기다림 끝에 만날 수 있는 와인이네요. 다크체리 등 검은 과일과 스파이시한 아로마, 쵸콜릿 풍미가 어우러지네요. 탄닌은 둥글둥글하면서도 강렬하고 산도는 엣지있게 살아있습니다. 양갈비 구이와 찰떡궁합입니다. “꼴로레 2019빈티지는 아주 익사이팅한 와인이에요. 2018 빈티지가 파워풀하고 숙성향이 강한 반면 2019 빈티지는 좀 더 우아하면서 생기가 넘치네요.  2019 빈티지에는 시에나 북쪽  라몰레에 포도가 추가됐는데  강력한 바이올렛 플라워향은 바로 이곳의 포도에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라몰레 포도밭 90년 수령 포도나무
빈칠리아타 포도밭

비비 그라츠 와인 양조는 최근 10년동안 많은 변화를 겪습니다. 초기 10년은 파워풀한 빅 와인을 만드는 양조기법들을 총동원했습니다. 포도송이를 솎아내 응집력을 높이는 그린 하비스트(Green Harvest), 발효과정에서 즙 일부를 빼내 적은 양의 즙이 껍질을 계속 스킨컨텍하도록해 탄탄하고 묵직하게 농축미를 높이는 블리딩(bleeding·쎄니에 Saignee), 인공효모, 뉴 오크 사용 등입니다. 하지만 시장 트렌드가 섬세하고 엘레강스한 와인을 선호하게 되면서 이런 것들을 모두 포기합니다. “오크향 간섭이 거의 없는 16년 된 바리끄나, 시멘트 등 다양한 배럴을 사용하죠. 떼루아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배럴 사이즈나 형태는 중요하지 않아요. 2011년부터 포도나무에서 본연의 퍼포먼스가 나오는 것을 두고 보기위해 그린 하베스트는 하지 않고 있답니다. ”

비비 그라츠 와인 평점
오픈톱 배럴 발효

빈칠리아타, 론다, 라몰레, 몬테필리, 시에나 등 엄선한 지역의 빈야드에서 수확된 포도를 사용하고 각 포도밭은 파슬단위의 작은 구획으로 나눠 세심하게 관리합니다. “최대 8차례 걸쳐 포도가 가장 완벽하게 숙성된 시점에서 수확합니다. 특히 플롯마다 수확된 포도를 구분하고 플롯 각자의 특성을 파악한 뒤 밸런스가 잘 맞도록 블렌딩하는데 주력해요. 블리딩도 하지 않아요. 블리딩은 와인의 집중도는 높아지지만 원산지 추적이 불가능할 정도로 떼루아를 완전히 죽이기 때문이에요. 블리딩을 하지않으면 떼루아를 얻을 수 있는데 이는 와인 양조에서 매우 중요해요. 효모는 현지 토종 자연산 효모만 활용하며 온도 조절 없이 배럴의 뚜껑이 열린 오픈톱 바리끄(225L)에서 발효가 이뤄지며, 하루에 6차례 수동으로 펀치다운을 하죠. 7∼10일간 발효 후, 서로 다른 파슬의 와인들은  2년 동안 사용한 바리끄로 옮겨집니다. 대부분 여러해 사용한 오크배럴을 쓰며  탄닌이 필요할 경우 1% 정도만 뉴 오크 배럴을 사용하죠. 배럴 100개중 뉴 오크 배럴 1개만 써도 파스타에 뿌리는 소금, 후추 처럼 굉장히 파워풀한 결과를 가지고 온답니다. 전반적으로 인위적인 간섭을 최대한 절제하고 내추럴한 스타일로 양조하는 것이 저의 철학입니다.”

테스타마타와 꼴로레 셀러

테스타마타는 이탈리어말로 ‘크레이지 헤드(Crazy Head)’란 뜻인데 강한 개성과 독특한 스타일, 긍정적인 태도와 창의성을 가진 사람을 뜻합니다. 비비 그라츠는 올드바인 산지오베제로 전통을 지키면서도 개성이 강한 독특한 스타일의 테스타마타를 탄생시켜 수퍼투스칸을 한단계 더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런  비비 그라츠 와인을 아주 잘 표현한 네이밍입니다. 수퍼투스칸은 말 그대로 토스카나를 뛰어넘는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을 뜻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정부에서 공인하는 품질 등급 DOCG와 DOC를 받으려면  산지오베제 등 토착품종을 사용해야하고 규정에 맞는 전통적인 양조방식을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생산자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국제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등을 섞고 새로운 양조방식을 동원해 기존의 토스카나 와인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와인을 빚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와인이 등급와인을 뛰어넘는 수퍼투스칸이고 볼게리에 탄생한 사시카이아가 원조랍니다.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비비 그라츠 와인들

비비 그라츠의 부친의 ‘예술 DNA’를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기든 그라츠 (Gidon Graet)는 유명한 금속 조각 예술가로  Rise of Icaros (1979 in New York),  Phoenix (2004 in Berlin), Mind, Body and Spirit(1988 in LA) 등 뉴욕, 시카고, LA, 베를린, 취리히, 피렌체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그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답니다. 비비 그라츠도 피렌체의 아카데미아 델라르떼(Accademia Delle Arte)에서 예술을 전공했고 유망한 젊은 아티스트로 주목 받았지만 식지 않은 와인 열정은 그를 와인메이커로 이끕니다. 결국 이탈리아의 뛰어난 와인 양조가 알베르토 안토니니(Alberto Antonini)와 만나 4년동안 머리를 맞댄 끝에 2000년 첫 수확한 포도로 테스타마타를 출시했고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의 극찬을 받게 됩니다. 2006 빈티지 테스타마타는 와인스펙테이터(Wine Spectator)가 선정한 최고의 슈퍼 투스칸으로 선정되며 98점을 획득합니다. 피렌체가 내려다보이는 피에졸레 마을 언덕에 중세에 지어진 빈칠리아타 성에서 자란 비비 그라츠는 토스카나의 아름다운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와인 이미지를 레이블에 직접 표현하면서 예술감성이 뿜어져 나오는 멋진 와인이 탄생했답니다. 비비 그라츠 와인은 와이넬에서 공식 수입합니다.


글, 사진=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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