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ESG동향] 함부로 친환경을 말하지 말라

관련이슈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1-07-29 23:31:10 수정 : 2021-07-29 23:31:0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기업들 환경친화 제품 홍보하면서
한쪽선 아동착취·산업재해 등 유발
‘그린워싱’ 소비자 감시 더 촘촘해져
기업들도 철저한 자기 검증 나서야

지난달 방탄소년단(BTS)이 전면에 나선 모 자동차회사의 환경 캠페인 광고가 공개되었다. 6월 5일인 지구의 날을 맞아 만들어진 이 광고는 수소의 지속가능성과 환경성을 세련되게 알리며 글로벌 고객을 겨냥했다. 야심만만한 광고가 공개된 지 한 달 후 동일한 자동차 회사에 대한 광고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한 면을 채웠다. 다만 이번에는 한 비영리단체가 게재한 것이었다.

이 지면 광고는 “해당 기업은 공급망 전체를 통해 환경가치를 추구하고 기후변화를 고려하여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한쪽에서는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으며 이는 모순이다”라고 고발한다. 이는 해당 기업이 최대주주인 같은 계열사의 건설사가 환경단체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며칠 후 공개된 위 건설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향후 신규 사업에 대한 탈석탄 계획이 담겨 있었지만, 이미 수주한 베트남 석탄발전소는 ‘신규’가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건설할 계획이다.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그린워싱(greenwashing)이란 ‘그린 광택(Green sheen)’과도 동일어로, 사실은 친환경적이지 않은 기업의 제품, 경영 및 정책이 환경친화적이라고 대중에 홍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워크(woke) 워싱’이란 개념도 대두되고 있는데, 기업들이 사회(S) 분야의 여러 사건 즉 아동노동착취, 소수자차별, 산업재해 등을 일으키면서 한편으로는 사회문제에 깨어 있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기업의 그린워싱을 지적하는 일은 과거에도 종종 있어 왔으나 주로 그 주체는 환경단체에 국한되었다. 예컨대 그린피스는 2010년 팜오일의 최대 소비기업인 네슬레의 초콜릿 봉지에서 오랑우탄의 손가락을 꺼내어 먹으며 자판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무시무시한 광고로 기업의 환경파괴와 그린워싱을 고발했다. 당시 소비자들은 큰 관심이 없었는데, 오히려 네슬레가 저작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강경 대응한 것이 소비자의 반감을 불러일으켜 결국 기업이 문제가 있는 팜유 공급업체와 거래를 중단하고 적극적으로 공급망 관리에 나섰던 사건이다.

이 당시만 해도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그린워싱’이라는 개념이 최근에는 통용화되고 있다. 위 자동차 광고를 게재한 ‘마켓포시스’(MarketForces)라는 단체는 이름 그대로 시장을 무기로 환경운동을 펼쳐 나간다. 금융기관과 연기금의 투자금뿐만 아니라 국가에 납부한 세금이 환경을 해치는 쪽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활동을 주업무로 한다. 이와 같이 소비자들과 환경단체들도 보다 전문화되고 글로벌한 대응을 해나가기 때문에 오늘의 야심만만한 홍보가 내일의 뼈아픈 리스크가 돼 돌아올 수 있다.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자의 신뢰를 잃고 외면을 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면에서 기업에게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ESG 투자자들의 가장 큰 근심거리(44%)는 기업의 그린워싱이다. 이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나 주가가 하락하고 소송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은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 스스로 그린워싱을 피하기 위한 교육이 강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규제의 도입을 다각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금융당국에서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만이 아닌 정보 공개 기준 및 의무화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카트린 하르트만이 쓴 ‘위장환경주의’라는 책에서 고발하듯이 정부 또한 기업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그린워싱의 주체가 되는 일도 빈번하다. 결국 이 책은 시민의 역할을 강조한다. 각자 그리고 함께 정의롭지 못한 일을 가차없이 지적하고 반대하고 운동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 스스로 ‘친환경’을 불신하고 외면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도 그렇다. 최근 감시의 눈은 사방으로 확산 및 결합되고 있으며, 정보공개에 대한 요구도 강화되고 있어 기업은 철저한 자기검증하에 준비된 상태로 ‘그린’을 입어야 할 것이다.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