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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단칸방서 줌수업 '씨름'… “갈 곳 없는 방학 더 두려워요”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1-07-25 19:00:00 수정 : 2021-07-25 22: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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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아동, 폭염·코로나 ‘이중고’
주거 열악에 학습격차 더 벌어져
감염 확산에 지역센터 이용 제한
학교 돌봄은 수요 몰려 추첨 뽑아
"韓, 재난때 돌봄기관부터 문닫아”
아동권리 침해 대책 촉구 목소리

“수업을 듣고 있으면 땀이 줄줄 나요. 덥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선생님 말씀에도 집중할 수가 없어요.”

 

서울 낮 최고기온이 36도를 기록한 지난 22일. 8살 현수(가명)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좁은 방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었다. 온라인 수업을 위해 이웃에서 빌려온 낡은 노트북이 내뿜는 열기까지 숨이 턱턱 막혔지만 의지할 것이라곤 오래된 선풍기가 만들어내는 미적지근한 바람뿐이었다. 할머니와 현수가 사는 10평 남짓한 임대아파트는 여름이면 말 그대로 ‘찜통’이다. 이날 현수 방의 온도는 어느새 30도까지 올라갔다. 가사도우미 일을 하던 현수의 할머니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감이 사라지면서 수입이 없어졌다. 아동구호단체의 긴급생계비로 생활을 이어가는 할머니와 현수에게 에어컨은 꿈도 꾸기 어렵다. 현수의 할머니는 “아이가 더운 날씨에 집에서 고생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저소득층 아동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저소득층 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지역센터 등의 이용이 어려워지고 비대면 수업 비중이 커지면서 더운 집 안에 갇혀 있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25일 만난 윤아름(12·가명)양은 “방학이 싫다”고 토로했다. 조부모와 함께 사는 윤양의 집에는 낡은 에어컨이 있지만, 냉방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거의 틀지 않는다. 더운 집에 앉아 책을 읽다 보면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른다. 몇 주 전 학교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 뒤부터 윤양에게는 하루하루가 고역이다. 지난 23일 방학식을 했지만 신난 친구들과 달리 윤양은 “집은 더워서 싫다. 차라리 학교가 낫다”고 말했다.

 

가끔 지역아동센터에 가는 날은 그나마 더위 걱정을 덜 수 있지만, 요즘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코로나19 탓에 취약계층 아동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에도 제한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지역아동센터 이용 인원을 기존의 50% 수준으로 제한하고 시간제 운영을 통해 인당 이용시간과 시간대별 이용 가능 인원을 대폭 줄인 상태다. 학교의 긴급돌봄 역시 신청자가 몰려 이용하기 눈치 보이는 경우도 있고 추첨을 통해 이용자를 정하는 학교도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원격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 구호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매년 취약계층 아동 가정에 냉방용품을 지원하지만 더위로 인한 고충을 모두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저소득층 아이들이 온열질환으로부터 안전하게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지속적으로 지적돼온 ‘학습격차’가 폭염으로 더 증폭될 것이란 우려도 높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1지역본부 이수연 사회복지사는 “학습을 도와줄 적절한 보호자가 없는 취약계층 아동들은 비대면 수업만으로도 이미 학습격차를 겪고 있는데,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더위로 집중력마저 흐트러져 학습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컨테이너·고시원 등 비주택 거주 아동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난 상황에서 학교와 아동센터 등이 너무 빨리 문을 닫는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원 가톨릭관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아이들이 이용하는 학교나 지역아동센터 등은 재난 상황에서도 가장 늦게 문을 닫아야 하는 기관이고, 실제로 해외에서는 많이들 그렇게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반대로 아동 시설들이 오히려 먼저 문을 닫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나 시설 이용이 어려워지면 취약계층 아동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면서 “주거빈곤 해소 정책을 다각화해 주거환경을 전반적으로 상향하는 지원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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