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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여자 … 관객 사로잡은 ‘이야기의 힘’

입력 : 2021-07-25 21:00:00 수정 : 2021-07-26 00: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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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드북’ 3년 만에 재공연 성황
차지연, 코로나 딛고 합류 … 건재 과시
뮤지컬 ‘레드북’에서 신입회원 안나를 위해 여성 글짓기 모임인 ‘로렐라이 언덕’ 회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떼오드 제공

요즘 공연가에 ‘재밌다’고 입소문난 작품이 있으니 뮤지컬 ‘레드북’이다. 2015년 창작산실 대본공모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후 2017, 2018년 창작산실 공연을 거쳐 3년 만에 다시 무대가 열렸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재산 상속조차 어려웠던 지독하게 보수적인 19세기 영국 사회에서 소설가로서 자아찾기에 나선 안나가 주인공이다. 여성 글쓰기 모임인 ‘로렐라이 언덕’에서 힘을 얻어 흥행작을 써낸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남성 중심 사회에 맞서 싸우며 자신을 이해하는 신사와 사랑도 지켜낸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이야기에 좋은 노래와 무용, 그리고 유머가 더해지면서 여성의 자아찾기라는 주제가 더욱 설득력 있게 전해진다. 이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음악극 ‘태일’ 등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준 박소영 연출과 이선영 작곡가, 그리고 한정석 작가가 다시 한 번 힘을 모은 무대답다. 실상 극장 문을 나설 때 기억에 남는 노래가 하나도 없는 뮤지컬도 적지 않은데 ‘레드북’은 그렇지 않다. ‘신사의 도리’, ‘나는 야한 여자’, ‘낡은 침대를 타고’, ‘당신의 얘기를 들려줘요’ 등인데 그중에서도 ‘우리는 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은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이다.

지난 23일 공연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한동안 출연 중단했던 차지연 배우가 건재를 과시했다. 건강 문제로 잠시 무대를 떠나있다가 지난해 일인극 ‘그라운디드’로 돌아온 후 ‘아마데우스’ 등 출연작마다 절정에 오른 연기와 가창력을 보여준 차지연은 이날도 고조된 감정 연기로 눈물을 빛내며 제 몫 이상을 했다.

‘레드북’ 초연 때부터 계속 일인이역으로 ‘로렐라이 언덕’의 회장 ‘도로시’와 브라운의 할머니 ‘바이올렛’ 역을 맡아 온 김국희 연기도 인상적이다. 베테랑답게 객석에 많은 웃음을 불어넣으며 극을 이끌었다. 서울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에서 8월 22일까지.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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