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조종하려 한 트럼프 탄핵 위기에
바이든에게도 우크라와의 악연 안 끝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 정가에선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란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애초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둘째아들이 우크라이나 기업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서 출발한 이 스캔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적’ 바이든 제거를 위해 우크라이나 수사기관 등 정부를 부당하게 동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며 파문이 확산했다. 결국 트럼프 임기 중 첫번째 대통령 탄핵소추로 이어지며 트럼프의 재선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미국 외교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바이든이 ‘독재국가’로 규정한 러시아가 끊임없이 우크라이나 안보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마침 바이든이 트럼프 정부 시절 미 정가의 스캔들과 엮이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갖기로 해 ‘트럼프-우크라이나-바이든’의 3각 인연에 새삼 눈길이 쏠린다.
◆미·우크라, 8월 30일 백악관서 정상회담
백악관은 2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8월 30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크리미아 등 러시아와의 접경지역에서 러시아의 끊임없는 군사적 위협에 맞서고 있다”며 “이번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위한 미국의 전폭적 지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민주적 가치에 입각한 개혁을 추진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바이든 입장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는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그의 둘째아들 헌터 바이든의 개인적 약점, 그리고 이를 활용하려 한 트럼프의 정치 공세 때문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헌터는 과거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임원진에 이름을 올려놓고 거액의 연봉을 챙겼다. 나중에 이 기업의 부패 혐의가 드러나면서 ‘헌터도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당시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다. 나중에 정권을 잡은 트럼프는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우크라이나 수사기관 등 정부에 외압을 가해 헌터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시켜려 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이렇게 시작했다.

◆우크라 조종하려 한 트럼프 탄핵 위기에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을 예견한 트럼프는 바이든에 치명타를 입히기로 결심한다. 2019년 7월 25일 그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미 언론에 공개된 당시 녹취록을 보면 트럼프는 젤렌스키의 당선을 축하하며 바이든 부자의 비리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헌터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의 부패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헌터 수사를 막으려 했다는 직권남용 혐의 등이 그 대상이었다.
문제는 트럼프가 단순히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데 그치치 않고 이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와 연계시키려 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위협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을 수출하고 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안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야당인 민주당은 “대통령이 사익 추구를 위해 국가안보를 내던진 것은 월권이고 헌법 위반”이라며 탄핵소추 추진 방침을 정했다. 바이든이 자신과 아들의 결백을 호소하며 트럼프를 맹비난하고 나선 것은 당연했다.
결국 트럼프는 2019년 말 하원에 의해 탄핵소추를 당했다. 해를 넘겨 2020년 초 하원의 탄핵소추를 넘겨받은 상원이 탄핵심판에 착수했다. 공화당 우위의 상원은 각종 조사와 진술 청취 끝에 탄핵소추안을 부결시켰다. 이로써 트럼프는 대통령에서 파면될 위기는 모면했으나 민심을 잃기 시작했고 결국 지난해 재선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에게 패배, 연임에 실패했다.
◆바이든에게도 우크라와의 악연 안 끝나
여기까지만 보면 한때 우크라이나 때문에 부자가 나란히 위기에 처했던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그에 따른 트럼프의 추락으로 되레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바이든은 취임 후 러시아를 중국과 나란히 ‘자유세계의 적(敵)’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에도 러시아의 거듭되는 우크라이나 위협을 거론하며 “미국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표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바이든 부자의 ‘악연’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최근 뉴욕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바이든이 아들 헌터를 현금 조달자로 이용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헌터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임원진에 이름을 올려놓고 챙긴 거액의 연봉 일부가 바이든의 정치자금으로 흘러갔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헌터는 탈세 등 여러 혐의와 관련해 미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헌터 계좌로 들어간 돈의 흐름을 추적하다보면 바이든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바이든이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천연 가스관 건설사업 ‘노르트스트림-2’를 승인한 점은 우크이라나를 화나게 했다. 우크라이나는 “안보에 위해가 될 수 있다”며 노르트스트림-2에 반대해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은 해당 사업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공급에도 도움이 될 거란 점을 설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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