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4년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로 숨진 고(故) 윤승주 일병의 유족이 가해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다만 국가 상대로 낸 배상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정철민 부장판사)는 숨진 윤 일병의 유족이 국가와 당시 선임병이던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씨는 유족에게 총 4억907만 3680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다만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은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당시 군 수사기관의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가가 주의의무를 위반해 위법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당시 군 당국의 발표에 대해서도 “군 수사기관이 조사된 결과를 전해 듣고 외부에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의로 진상을 은폐하거나 사건을 조작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이 끝난 뒤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취재진에게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냐”며 국가배상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안씨는 “군사재판에서 (사건을) 은폐·축소하고 유족을 기만한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게 너무 억울해서 민간 재판에서 밝혀달라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군은 끝까지 고통을 유가족들에게 가중하고 있다”며 “끝까지 군의 책임을 묻겠다”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앞서 대한민국 육군 제 28보병사단 포병여단 977포병대대 의무대에서 근무하던 윤일병은 지난 2013년 3월 부터 4개월 동안 끔찍한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다음달인 4월 7일 숨졌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21세였다.
당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범인 이모씨 등은 윤일병에서 새벽 3시까지 기마자세로 있으라 하기, 강제로 치약 한 통을 짜넣어 먹이기 등의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주범인 이씨는 대법원에서 살인 혐의가 인정돼 징역 40년, 나머지 공범들은 상해치사죄로 징역 5∼7년이 확정됐다. 이씨를 제외한 공범들은 현재 모두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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