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범죄로 이득 본 것은 文 대통령”
20대 대선 정권심판 구도로 끌고가기
최재형 “文 침묵 국민무시하는 처사”
文, 18대 대선 후 ‘국정원 댓글’ 관련
당시 책에서 “朴대통령 수혜자” 밝혀
與 “국정원 댓글 조작과 달라” 반박
윤건영 “野 정통성 운운 어이없어”

국민의힘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 연루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22일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사과를 요구하며 전선을 확대했다. 문 대통령을 19대 대선 당시 드루킹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으며 현 정권의 정통성 훼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야권의 사과 요구를 일축하며 문 대통령을 엄호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했던 말을 그대로 드린다. ‘청와대가 사과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젊은 세대가 구(舊) 문재인과 현(現) 문재인을 대비해 조롱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즉각적인 사과를 부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18대 대선 패배 후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수혜자”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특히 19대 대선 야권 후보로 나섰던 이들을 거론하며 “민주당 대권 주자와 당직자들은 안철수, 홍준표를 포함해 정치적으로 피해를 본 분들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어떻게 국민 여론을 왜곡하고 허위 가짜 뉴스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거대한 범죄를 (김경수 당시) 수행 비서가 단독으로 저질렀거나 (드루킹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단독 제안했을 리 만무하다”며 “몸통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19대 대선 주자였던 현 야권 잠룡들도 문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지사는) 세계 민주주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여론조작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를 저질렀고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문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도 지난 21일 “조작된 여론으로 대통령이 됐다면 대국민 사과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직격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 사건은 문재인 정권의 정통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문 대통령은 최측근의 헌법파괴 행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여론조작의 최종적 수혜자인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는 것은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청와대를 겨냥한 야권의 전선 확대는 전날 김 전 지사의 유죄 판결을 고리로 19대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내년 20대 대선을 정권심판 구도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직적인 여론조작으로 민주주의 선거가 훼손됐고, 문 대통령이 당선 과정에 수혜를 입었다는 점을 부각해 정권교체의 명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드루킹 댓글 조작과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반발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대법원) 판결은 존중돼야 하나 국정원 댓글 조작과 유사한 사건으로 매도하는 분들이 있다”며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를 동원해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댓글 조작과 질적으로 다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국가 권력기관의 댓글 작업과 ‘드루킹’으로 불린 김동원씨 일당의 여론조작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윤건영 의원은 “국민의힘은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을 벌여 3%(포인트)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대선에 승리했다. 그런 사람들이 정통성 운운하는 것은 어이가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 정권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사건을 조사하면서 정권 탄압을 받아 좌천됐던 분이 너무 빨리 변하시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원내대표 시절 해당 사건 특별검사 도입에 반대했던 우원식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김 지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얘기하는데 굳이 (대통령과) 연결해 사과까지 하라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세균 경선 후보는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 없는 의혹을 부풀려 정쟁화하는 구시대 낡은 정치는 이제 그만둬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편 김 전 지사는 오는 26일 창원교도소에 재수감된다. 통상 형 확정 후 사나흘 내에 수감되지만 창원지검은 신변 정리와 도정인수인계 등을 고려해 김 전 지사의 수감 출석 시한 연기 요청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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