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담당자가 사건 처리까지 담당하면서 검거에 주력하다 보니 소홀… 신변 보호에만 주력했더라면”

제주에서 앙심을 품은 모친의 전 연인에게 살해된 중학생이 신변 보호 요청에도 ‘스마트 워치’를 받지 못한 가운데, 앞서 ‘재고가 부족했다’는 경찰의 해명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신변 보호 조치 당시에는 재고가 부족했던 게 맞지만, 경찰이 바로 다음 날 2대를 회수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22일 KBS는 A(16)군의 어머니가 신변 보호 요청을 했을 당시 제주동부경찰서에 스마트 워치 재고가 없었지만, 다음 날 2대가 회수됐고 지난 6일부터 1대 이상의 스마트 워치 여분이 서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스마트 워치는 버튼을 누르면 즉시 112 신고가 되고 자동 위치 추적을 통해 신변 보호자가 있는 곳으로 순찰차가 신속히 출동할 수 있게 하는 손목시계형 전자기기다.
A군 어머니는 결별한 동거남 백모(48)씨가 폭력을 일삼고 아들을 살해하겠다는 취지의 협박을 한다며 지난 2일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백씨는 수시로 찾아와 A군 모자를 폭행하는 등 행패를 부렸다.
경찰은 어머니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날인 3일 직권으로 백씨에게 ▲주거지 반경 100m 접근 금지 ▲휴대전화 연락 금지 조치 등을 취했다. 이를 어기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사실 역시 백씨에게 통보했다.
아울러 5일에는 신변 보호심사위원회도 열어 신변보호 조치를 최종 의결했다.
경찰은 A군 자택 주변 순찰을 강화한 한편, 지난 8일과 16일 차례로 집 근처에 폐쇄회로(CC)TV도 설치했다. 다만 설치된 CCTV는 모두 녹화용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앞서 경찰은 서에 스마트 워치 재고가 없어 A군과 그의 어머니에게 스마트 워치를 지급하지 못했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던 거로 파악된다.

특히 지난 8일과 16일 CCTV를 설치할 때도 A군의 어머니는 불안감을 호소하며 추가 민원을 제기했지만 이때도 스마트 워치는 지급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매체에 “담당자가 사건 처리까지 담당하면서 검거에 주력하다 보니 소홀했던 것”이라면서 “신변 보호 업무만 했다면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부차적으로 하다 보니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미지급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경찰은 A군이 사망한 다음 날이 돼서야 A군 가족에게 스마트 워치 3대를 지급했다. 백씨가 도주했던 터라 추가 보복 범행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A군 어머니는 “스마트 워치가 있었더라면, 내가 안 차고 아들한테 줬을 것”이라며 “혹시라도 살해범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 아들이 스마트 워치로 SOS 신고만 했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슴을 내리쳤다.
A군은 지난 18일 오후 3시16분쯤 제주시 조천읍 자택에서 손발이 묶인 채 마치 ‘처형’당하는 자세로 살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 오후 10시50분쯤 일을 마치고 귀가한 A군의 어머니가 집 다락방에서 손발이 묶인 채 숨져있는 아들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군의 몸에서 타살 흔적을 확인하고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이날 오후 3시쯤 성인 남성 2명이 담벼락을 통해 2층으로 침입한 사실을 파악했다.
그리고 도내의 한 숙박시설에서 A군 어머니와 사실혼 관계였다 헤어진 백씨를 A군 살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공범인 백씨의 지인 B씨도 주거지에서 붙잡았다.
법원은 경찰이 백씨와 B씨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21일 발부했다. 제주경찰청은 이날 논의 끝에 이들에 대한 신상 공개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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