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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살인견주’ 부족한 증거 스스로 만들어 덜미

입력 : 2021-07-22 22:00:00 수정 : 2021-07-22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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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주가 만든 ‘녹음파일’ 결정적 단서로 작용
지난 5월26일 경기 남양주시 대형견 습격 사망사건 현장에서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대형견이 행동반경 확인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이 경기 남양주 살인견 사건의 견주로 인근 개농장 주인을 특정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가운데 피의자들이 증거인멸 과정에서 부족한 증거를 스스로 만들어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경찰은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리 야산 입구에서 발생한 50대 여성 대형견 습격사건의 견주로 사고현장 인근에서 불법 개농장을 운영했던 60대 A씨를 특정해 전날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자칫 미궁에 빠질 수 있었던 이번 사건 해결에 피의자들이 만든 녹취파일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건 초기 경찰은 사고현장 인근에서 개 수십 마리를 불법으로 키우던 개농장주 A씨를 견주로 의심하고 사고견을 현장에 데려가 접촉시키면서 친밀도를 확인했다.

 

현장검증 당시 사고견이 견주에게 친밀한 반응을 보이기는 했지만 심증 외에 이렇다 할 증거가 없는데다 이후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도 거짓 반응이 나오지 않아 추가적인 직접 수사는 어려운 상태였다.

 

다행히 남양주시 유기동물보호소 홈페이지에서 사고견과 유사한 생김새의 개가 지난해 입양된 것을 확인한 경찰은 최초 입양자인 B씨를 추궁했고, 견주로 몰릴 것을 우려한 B씨에게서 “입양 한 달 만에 A씨에게 개를 넘겼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씨와 사고견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은 것이다. 이후 사건은 B씨가 경찰에 제출한 자료로 인해 급격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B씨는 사고 후 A씨와 만난 자리에서 한 증거인멸 관련 대화를 녹음해 보관하고 있었다. 녹음에는 A씨가 B씨에게 “입양한 개는 병들어 죽었고, 사체는 화장했다”라고 진술토록 종용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여기에 B씨는 “A씨가 비용을 주겠다고 해 차량 블랙박스를 교체했다”는 사실도 털어놨고 확인 결과 실제 최근에 블랙박스가 교체됐다.

 

경찰은 이 모두가 사망사고를 일으킨 개와 상관이 없는 사람 사이에서는 절대로 오가지 않았을 대화라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B씨는 증거인멸 혐의를 안게 됐지만 사고견 관리 책임에서는 벗어나게 됐다. 반면 A씨에게는 사고견 견주로서 책임져야 할 과실치사 혐의와 함께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추가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피의자들이 증거를 없애려 시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나 다름없는 사건”이라면서 “처음부터 혐의를 인정하고 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사건기록을 검토 중이다. 검토가 마무리되면 영장 청구가 이뤄질 거로 보인다.

 

한편 지난 5월22일 오후 3시25분쯤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리 야산 입구에서 50대 여성이 대형견에 목 뒷부분을 물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신고했다. 이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 만에 숨졌다.

 

이 사고 뒤 119 구급대원은 해당 대형견에게 마취총을 쏴 포획했다. 경찰은 견주를 찾기 위한 수색을 2달간 벌여왔다.

 

숨진 50대 여성의 유족 측은 견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사고견은 현재 사설보호소에 격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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