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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블랙아웃’ 위기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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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2 23:28:19 수정 : 2021-07-22 23: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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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올 여름도 전력수급 비상
원전 등 조절가능 설비 확대해야

연일 전력수급 비상에 대한 뉴스가 넘쳐난다. 근 10년래 전력수급 최대의 어려움이 회자되고 있다. 산업부에 의하면 올여름 최대수요는 94.4GW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비상 전력공급용으로 준비하는 예비전력은 4GW 수준으로 이도 최근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광범위한 지역에 정전이 발생하는 ‘블랙아웃’을 겪은 것은 10년 전 2011년 9월15일이 마지막이다. 당시 기록적인 늦더위로 냉방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하동화력발전소의 정지로 전력공급에 차질에 빚어지면서 전력망이 교란됐다. 인근 발전소가 정지하고 이를 대체할 발전소가 없어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지역별로 순환단전을 실시했다. 당시 정전의 여파로 수시 원서접수를 연기한 대학도 있었다. 무차별적인 제한송전으로 군사시설, 의료시설에도 전력공급이 단시간이지만 끊겼으니 상황의 심각성이 작지 않았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 에너지시스템공학

블랙아웃은 전력수급의 가장 큰 경계요소다. 전기는 저장할 수 없어 수요와 공급을 항상 일치시켜야 한다. 전력 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기후변화로 인한 여름의 냉방기, 겨울의 난방기 전력수요를 예측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전력공급은 수요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항상 충분한 예비력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전력예비율이다. 우리나라는 전력예비율 가이드라인을 22%로 잡고 있다. 100GW의 최대 전력수요가 예상되면 122GW는 되도록 전력설비를 준비하는 것이다. 일견 충분한 것 같지만, 22%는 설비가 모두 가용할 경우이고, 발전소의 정비, 고장을 감안한 공급예비력은 이보다 작게 되고, 불시 수급변동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운영예비력은 더욱 작게 된다. 전력시장운영규칙에 의하면 운영예비력을 최소 4.5GW 이상 확보해야 하며, 이보다 낮으면 단계적으로 비상관리에 들어간다. 예비전력 4GW가 예상된다는 것은 전력공급 비상체제가 예상된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 총 발전설비용량은 131GW다. 공급예비율 10%를 기록했던 지난 13일 가용설비는 96GW였다. 현재는 1GW인 신월성1호기의 발전재개 등으로 98GW 수준으로 공급능력이 보강됐다. 발전설비 중 공급능력을 조절할 수 있는 설비는 원자력과 화력을 합쳐 100GW 수준이다. 재생에너지는 자연조건에 따라 발전을 해서 전력공급 조정에 넣을 수가 없다.

이에 전력수요의 변동성에 대처하려면, 단기적으로 수요관리와 발전설비관리의 최적화를 들 수 있다. 수요관리는 전력피크시에 절약하는 전기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다. 잉여 발전설비를 줄일 수 있지만 전기사용 중단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도 생각해야 한다. 에어컨은 비싼 가전이다. 그럼에도 혹서기에도 생활하기 위해 산다. 에어컨이 가장 필요할 때 쓰지 말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요관리가 블랙아웃 대비의 핵심수단이어서는 곤란하다. 정교한 발전설비관리로 발전소 정비 시기를 조정하면 전력수요 피크의 부담을 덜 수 있다. 한전 자회사의 발전설비는 공급조절가능 설비의 4분의 3이나 된다. 전력피크 시기를 피해 정비하면 가용설비를 최대한 공급조절용으로 쓸 수 있다. 원자력의 경우 정비를 마친 원전이 복귀해 공급의 숨통을 트여 주겠지만 여전히 피크 기간에 5기의 원전은 정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급조정이 가능한 발전설비를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보완을 위한 백업 전원도 고려해야 하므로 전력예비율도 22%보다 커져야 한다.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을 감안하면 화력발전을 확대할 수는 없다. 화력을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으로 어떻게 대체할지 전력에너지 믹스를 세워야 한다.

블랙아웃이 주는 손실은 엄청나다. 2003년 미국 동북부에 발생한 블랙아웃의 경제적 손실은 6조원이 넘었다. 앞으로 탄소중립을 하려면 전기수요도 늘고 재생에너지도 확대될 것이므로 전력공급의 신뢰성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전력공급신뢰도를 전력정책의 핵심 지표로 삼고 관리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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