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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식의경영혁신] 인텔의 위기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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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2 23:19:02 수정 : 2021-07-22 23: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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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IoT 시대 시장 환경 적응 못해
변화 감지 능력·적응력이 기업 생존 ‘필수’

인텔의 최고경영자 밥 스완이 지난 2월 전격 사임했다. 후임으로 선임된 팻 겔싱어는 과거 인텔에서 30여 년을 근무한 반도체 전문가로서 취임 이후 곧바로 인텔의 기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를 포함한 핵심 제품의 개발 로드맵을 제시하고, 반도체 수탁제조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을 선언했다. 200억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증설하고, 미국 파운드리 기업 글로벌 파운드리(GF)를 300억달러에 인수하려고 협상 중이다. 제조를 포기하고 설계 전문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인텔의 제조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행보로 보인다.

인텔은 작년에 매출 86조원을 기록해 매출액 기준으로 여전히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의 인텔의 위상은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최근 주요 고객사의 탈 인텔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은 수년 전부터 자체 개발한 CPU를 사용하고 있고, 애플도 신형 맥 컴퓨터에 자체 설계한 CPU를 탑재할 계획이다.

지난 30여 년간 인텔과 동맹 관계에 있던 마이크로소프트도 데이터센터 서버와 PC 제품에 직접 설계한 CPU를 장착할 계획이다. 인텔이 과거 90% 이상의 시장을 점유했던 데스크톱 CPU 시장에서도 AMD가 5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로 인텔을 위협하고 있다. 인텔이 공을 들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도 엔비디아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인텔이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스마트폰 응용프로세서(AP), 웨어러블 시장, 가상현실(VR) 시장에서도 최근에 철수를 선언했다. 지난 30여 년간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알려진 인텔에 어떻게 이런 위기가 닥친 것일까?

근본적인 문제점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수요, 기술, 경쟁환경에 인텔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장의 변화를 신속하게 감지하고 이에 맞는 제품을 설계, 제조, 판매하는 전략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수요가 PC와 서버에서 스마트폰,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중심으로 변화해 나가면서, 고성능, 고가격의 범용 칩 대신에 저전력, 저가격의 맞춤형 칩 수요가 급증했다.

하지만 대용량 자료처리를 목표로 한 고성능 CPU를 개발해 온 인텔은 이런 트렌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또한 맞춤형 칩 수요가 다양해지고, 제조공정기술은 10나노 이하로 급속하게 고도화되면서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설계회사와 수탁제조사로 전문화됐다. 결국 종합반도체 회사인 인텔은 혁신 경쟁에서 뒤처져 설계, 제조에서 모두 경쟁 열위에 있는 ‘샌드위치’ 신세가 돼 버렸다. 내부적으로도 자만심으로 경쟁사에 대해서 무뎌지고, 관료화된 조직과 부서이기주의로 혁신의 속도가 느려지고 조직의 유연성이 저하됐다. 전임 최고경영자 밥 스완은 ‘One Intel’을 외치면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코로나19, 디지털 전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 등의 영향으로 기업의 경영환경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텔의 사례는 시장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과 조직 적응력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우쳐 주고 있다.


허대식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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