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업무상 배임 혐의 등 임직원들 수사

경남 김해에 있는 부경양돈농협(부경양돈)이 약정 한도를 초과해 외상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부경양돈은 외상거래대금을 거래당사자가 아닌 담보제공인에게만 일방적으로 회수해 피해를 입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경찰은 부경양돈 축산물공판장 임직원들을 업무상 배임 등으로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에 나섰다.
22일 고소인 A씨와 서울 송파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부경양돈 축산물공판장 본부장과 과장이 외상거래를 규정대로 하지 않는 등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는 고소장이 접수됐다. 현재 고소인 조사가 진행 중이며 피고소인 조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A씨는 K업체 대표의 부탁으로 2017년 자신의 토지를 제3자 담보제공으로 부경양돈에 20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 이와 함께 ‘거래한도는 5억으로, 외상거래는 10일 이내로 하며, 한 번이라도 연체 등이 있으면 금액을 축소한다’는 계약을 함께 맺었다.
A씨는 고발장에서 “부경양돈 측이 외상거래대금 연체가 계속 되는 상황에서 K업체에 거래한도의 2배가 넘는 12억5000만원의 육류를 납품했고,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A씨는 한때 거래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다시 합의를 통해 거래가 재개된 뒤에도 같은 일이 되풀이됐다. 연체 중인데도 33차례에 걸쳐 거래 한도의 4배에 달하는 18억5000만원 상당의 육류가 출고된 것이다. 농협중앙회의 경제여신업무방법에는 약정 한도 내에서 여신 거래를 취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업체가 육류와 대금을 착복하고 종적을 감춘 후 경매예고장이 오고 나서야 A씨는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이후 부경양돈은 거래당사자에겐 대금 지급을 요청하지 않고 담보제공자에게만 ‘즉시 경매에 넘기겠다’고 협박해 연 10%가 넘는 이자로 15억440여만원을 회수해갔다”며 “남은 원금 11억원에 대해서도 다시 경매예고장을 보내며 협박하고 있어 경제적 피해는 물론 정신적 고통까지 입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사항을 어기면서까지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도록 방치한 부경양돈의 운영방식을 이해할 수 없으며, 내부 조사나 감사도 하지 않는 등 공공기관으로서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제3자는 피해를 입고 있는데 K업체에는 추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내부에서 묵인 또는 협조자가 있거나 결탁세력이 있는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부경양돈 측은 “내부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서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12일 국민의힘 김선교(경기 여주·양평) 의원실에 보낸 회신에서는 “미수금의 발생과 상환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계속거래로 정상적인 거래”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한도를 초과한 외상거래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다. 경남 진주시농산물도매시장에서도 최근 비슷한 방법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중도매인 외상 한도초과 관련 회원조합 감사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한도를 초과한 거래로 조합이 지적받은 것은 61건에 달한다. 2014년 농협중앙회 정기감사에서도 약정보다 많은 외상거래를 하거나 연체 채권 관리를 소홀히 해 7개 조합이 주의와 시정, 기관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거래방식은 조합의 부실채권으로 이어져 손실을 초래한다.
한도액을 초과한 외상거래가 형법상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본 판결도 있다. 2010년 부산지법은 중도매인에게 한도를 초과한 거액의 외상거래를 한 수협 지점장 등 3명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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