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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잘싸’ 통하지 않는 라이벌 대결… “이 나라만큼은 꼭 잡는다”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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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2 14:38:41 수정 : 2021-07-22 14: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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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앙숙 축구 한일전 8강 성사 가능성
야구 복잡한 경기 규정… 여러 차례 맞붙을 수도
"무관중 덕분에 일본 홈 이점 없어 해볼 만"
유럽·아시아 식민 지배 역사, 경기에 투영되기도
도쿄올림픽 축구 대표팀 이강인이 뉴질랜드와의 본선 첫 경기를 하루 앞둔 21일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잔디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가시마=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미뤄진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국 명예를 건 선수들 경쟁이 펼쳐진다.  메달 색깔 만큼 관심을 끄는 건 얽히고 설킨 역사적 배경이 있는 국가대표 간 ‘더비 매치’다. 영원한 라이벌인 ‘한일전’을 비롯해 1·2차 세계대전 때 총구를 겨눈 유럽 국가 간 대결도 관심이다.

 

◆승리만이 모든 걸 증명, ‘졌잘싸’ 안 통하는 한일전

 

“모든 팀에 다 이겨도 일본에 지면 전패, 다른 나라에 다 져도 일본에 이기면 전승이다.”

 

원로 야구인 김응용 감독이 과거 국가대표 야구팀을 이끌 당시 한 출사표 대목이다. 종목을 떠나 한일전은 본래 실력과 상관없이 승자만이 기록에 남는 위너 테이크 올(winner take all)로 대변된다. 한일전에서 패한 국가 대표 팀은 자국 언론을 포함해 국민에게 뭇매를 맞게 된다. 패배 빌미를 제공한 선수는 ‘역적’이란 멍에까지 쓰면서.

 

최종 성적이 좋더라도 한일전 패배가 있다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통하지 않는다. 다가오는 올림픽 정식 종목 중 유독 양 국민 감정 이입 농도가 짙은 경기는 축구다. 첫 축구 한일전은 지난 광복 이후 1953년 열린 ‘1954 FIFA 월드컵 스위스’ 아시아 예선전이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출정식을 하는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에게 “일본에 패하면 대한해협에 빠져서 죽으라”고까지 했다니 한일전을 앞둔 결의를 엿보게 한다.

 

역대 상대전적은 한국이 일본에 앞선다. 1990년대 J리그(일본프로축구) 출범 이후 격차가 줄어드는 양상이다. 도쿄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조별리그 성적에 따라 이르면 8강에서 일본을 만날 수 있다. 동메달 이상 성적을 목표로 한 만큼 단판 승부에 모든 것을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다.

 

야구 대표팀은 복잡한 대회 운영 규정으로 조별리그 통과 후 일본과 여러 차례 맞부딪칠 공산이 크다.

 

핸드볼 대표팀 선수들이 21일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나리타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나리타=연합뉴스

이번 올림픽 첫 공식 한일전은 여자 핸드볼 경기다. 오는 29일 한국은 일본과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유도는 메달권 진입을 위해 종주국 일본을 꼭 넘어서야 한다. 세계적 스타 김연경이 활약하는 여자 배구는 오는 31일 조별리그 4차전에서 일본을 만난다. 고진영, 박인비 등이 나서는 여자골프는 일본의 간판 하타오카 나사 등을 넘어야 디펜딩 챔피언을 사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스포츠 평론가는 “이번 올림픽은 현수막 논란으로 한일전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며 “무관중 여파로 일본의 개최국 이점이 크지 않은 만큼 우리 선수들의 투지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지난 16일 도쿄올림픽 선수촌 한국선수단 거주동에 태극기와 함께 이순신 장군의 명언을 연상케하는 현수막이 걸리자 16일 일본 극우단체 시위대가 글귀 반대편에서 욱일기를 든 채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도 있다”… 한일전만큼 치열한 경기 

 

가슴 아픈 식민 지배 역사를 가진 국가 위주로 ‘스포츠 앙숙’이 있다.

 

인도는 영국과의 크리켓 경기를 펼칠 때마다 사생 결단의 전투를 치른다. 인도에서는 영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경기를 소재로 삼은 영화가 제작됐다.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네덜란드와 축구 경기를 하면 죽기 살기로 덤벼든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에서 ‘넘사벽’ 수준의 차이가 나다보니 국제대회에서 마주칠 일은 극히 드물다.

 

유 럽엔 1·2차 세계대전 상흔을 남아 있는 독일, 프랑스, 잉글랜드, 이탈리아 등에서 종목을 떠나 상대국과의 경기에 국민 관심이 상당히 높다. 4개국 서로가 라이벌이라고 쳐도 무방하다.

 

잉글랜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는 복잡한 역사적 배경 탓에 축구 경기를 앞두고 결연한 출사표를 낸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는 자체 국가대표팀을 꾸려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 ‘타도 잉글랜드’를 외친다. 다만 올림픽에서만큼은 영국(UK)이라는 유니폼을 함께 입는다.

 

아시아 대륙에서는 걸프전을 치른 이라크, 쿠웨이트와 마찬가지로 서로 총구를 겨눈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이 대표적인 스포츠 라이벌이다.


김용언 기자 facee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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