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조선일보는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여성권리국 공동디렉터를 맡고 있는 헤더 바와 최근 이메일로 주고받은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HRW의 여성권리국 공동디렉터 헤더 바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중 화장실이나 여자 탈의실 ‘몰카(불법촬영)’가 유행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했다. 그런 걸 담은 촬영물을 판매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는 국가도 한국 말고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HRW는 바 디렉터의 주도로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를 주제로 한 90쪽짜리 보고서를 펴냈다. 피해자 12명의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한국의 정책과 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해당 보고서의 제목은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다. 바 디렉터는 “성범죄에 디지털 요소가 결합하는 건 세계적 추세지만 한국은 디지털 성범죄 현실이 적나라하고 그 양상도 독특해 심층 연구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가 인터뷰한 피해 여성들은 ‘낙인 공포'에 시달렸다. 무성애자가 돼 버리고, 자살을 고려한 이들도 있었다. 일부는 결국 한국을 떠났다. 한 피해자는 “이 나라에서 여자로 사는 건 내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라며 “법 집행이 더욱 강력한 나라를 찾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바 디렉터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한국 국가 기관 여러 곳에 면담을 신청했다. 청와대, 국회, 여성가족부, 교육부, 경찰청, 대검찰청, 대법원… 하지만 그를 만나준 곳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유일했다”고 했다. 서신에 답을 준 곳도 여성가족부 정도였다. 그는 “한국 정부에 실망했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의료 서비스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땐 장관을 비롯해 보건부 관계자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었다. 병원 현장에 직접 방문할 기회도 주어졌다.” 하지만 ‘인권 대통령’ 치하의 한국에서 그런 심층 인터뷰는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법 체계도 문제였다. 그는 보고서에 전직 정부 관료의 말을 인용했다. “한국 정부가 (본 범죄들에) 느리게 대응했다”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불법 촬영물이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대신, 목전의 촬영물 삭제에만 초점을 맞춰왔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얼마나 자주 피해자들을 실망시키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조선일보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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