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을 빚은 KT가 관리 부실에 따른 과징금 총 5억원을 부과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전체 회의를 열어 고객이 애초 계약한 인터넷 속도보다 느리게 제공한 KT에 3억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인터넷 개통 시 속도를 측정하지 않아 최저보장 속도에 미달한 데 대해서도 1억9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앞서 유명한 IT(정보기술) 유튜버 잇섭(본명 황용섭)이 사용 중인 KT 10기가 인터넷 서비스의 실제 속도가 100분의 1에 불과한 100Mbps 수준에 그친다고 지난 4월 폭로했고, 이에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기가 인터넷 전체 가입자 9125명과 기가급 상품 가입자 일부를 표본으로 실태 점검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KT는 개통관리 시스템을 수동으로 관리했고, 이 과정에서 설정 오류로 속도 저하가 발생했다. 이런 피해를 본 고객은 24명이었고 회선은 모두 36개였다.
방통위는 앞으로 통신사가 날마다 기가 인터넷 상품의 속도를 살펴보고 문제를 발견하면 고객 요금을 자동 감면해주도록 했다. 이에 KT와 SK브로드밴드는 오는 10월 중, SK텔레콤은 11월, LG유플러스는 12월쯤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이들 통신사는 연말까지 ‘인터넷 속도 관련 보상 센터’(가칭)를 운영해 최저보장 속도에 미달한 채 개통한 가입자를 확인해 보상해야 한다.
방통위에 따르면 최저보장 속도에 미치지 않는데도 속도를 측정하지 않고 인터넷 개통을 강행했다 적발된 사례는 KT 2만4221건, SK브로드밴드 69건, SKT 86건, LG유플러스 1401건으로 확인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방통위는 또 과기정통부는 합동으로 제도 개선사항(사진)도 마련했다. 먼저 10기가 인터넷 상품은 최저 보장 속도를 최대 대비 30%에서 50%로 높이기로 했다. KT는 내달부터, 다른 통신사는 9월 중 각각 적용할 예정이다.
앞으로 통신 4사는 최대 속도가 2.5기가나 5기가임에도 10기가인 것처럼 표기한 사례의 상품명을 바꿔야 한다.
인터넷 속도가 일정 기준에 못 미치지 못하면 보상해주는 최저속도 보장제도 고지도 강화해야 한다. 기존에는 가입 신청 시 별지 이용약관에 포함돼 있었는데, 앞으로 본문에 표기돼야 한다. 또 개통 후 가입자에 SMS(문자)로도 안내해야 한다.
KT는 홈페이지에서 속도 관련 안내 사항을 강조하는 한편 신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한 문자 메시지 안내 문구에도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한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민생경제연구소, KT 새노조, 희망연대노조 KT 서비스 지부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이러한 행위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강제준공’이나 ‘허수경영’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결국 하청업체와 현장 노동자들에게 그 책임이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강제준공은 건물 노후화 등으로 실제 속도가 나오지 않더라도 인터넷 개통을 강행하는 것이며, 허수경영은 대리점과 판매점에 대한 본사나 광역본부의 압박으로 발생하는 실적 조작 및 왜곡 행위를 가리킨다.
이들 단체는 또 “KT에서 반복되고 있는 강제준공이나 허수경영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통위와 과기부의 제도개선 방안 외에도 KT 이사회의 자구책 마련이 필수적이다”라며 이를 위해 KT 이사회는 ▲노사 간 공동 협의체 구성 ▲강제준공·허수경영 발생 시 광역본부 최고 책임자 엄벌 ▲KTS 등 자회사에 책임 전가하는 행위 금지 ▲정상적인 프로세스와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등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 실태 점검은 10기가 초고속 인터넷에 한정돼 진행됐지만 ▲약속에 크게 못 미치는 서비스 품질 ▲속도저하에 대한 안내·고지 시스템 부재 ▲별도 보상 신청 없는 자동감면 시스템 부재 등의 문제는 상용화 2년이 넘었음에도 불통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5G(5세대) 등 이동통신 서비스 영역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문제점”이라며 “방통위와 과기부가 5G를 포함해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해서도 품질 향상과 속도에 대한 고지 안내 시스템 구축, 요금감면 시스템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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