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급 4000억 달해… 항소 주목

가입자 5만여명의 보험금이 걸린 ‘삼성생명 즉시연금 소송’ 1심에서 원고인 소비자가 승소했다. 소 제기 후 약 3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이관용)는 21일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5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한꺼번에 목돈(보험료)을 내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해 매월 이익금(이자)을 생활연금으로 지급하고 만기 때 원금을 돌려주는 보험상품이다. 가입자들은 삼성생명이 생활연금을 지급할 때 계약 당시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던 연금계약적립액을 별도로 공제했다며 이를 돌려받아야 한다고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연금계약적립액을 공제하는 상품 설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이를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미지급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 주장처럼 상품이 애초에 일부 적립액을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으로 할 것임을 의도해서 (생활연금 지급 때 공제되도록) 설계된 상품인 사실은 맞다”면서도 “(이를 설명한 내용은) 약관에도 없고, 상품 판매과정에서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분쟁은 2017년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가 당초 계약보다 적은 연금이 들어왔다고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민원인은 연금액이 가입설계서상 최저보증이율보다 낮게 지급됐다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다. 금감원은 가입자 손을 들어주고, 생명보험사들에 약관에 사업비 공제 등을 직접 명시하지 않았다면 전체 가입자에게 일괄해서 덜 준 돈을 주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을 비롯한 한화생명·교보생명·미래에셋생명·KB생명 등이 권고를 거부해 소송전으로 번졌다. 2018년 금감원이 추산한 전체 미지급금 규모는 1조원 상당이며, 즉시연금 가입자수는 16만명이다. 이 중 삼성생명 가입자는 5만여명이며, 지급금액은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생명 측은 “판결문을 받아본 후 내용을 면밀히 살펴서 항소 여부 등 공식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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