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여자 수영 간판 이케에 리카코
2019년 백혈병 진단 받고 이겨내
코로나로 올림픽 연기돼 전화위복
돌아온 자국무대서 세계제패 노려
혈액암 딛고 일어선 태권도 인교돈
갑상선암 극복한 야구 대표 최원준
불굴의 의지로 희망 스토리 전해

스포츠 선수들은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기 위해 신체를 극한 수준까지 몰아붙인다. 이런 세계 최고수가 모두 모이는 올림픽 무대에 나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사람의 신체란 오묘해서 감기몸살과 같은 작은 질병 하나에도 밸런스가 무너져 제 기량을 펼치기 힘들다. 감기도 이럴진대 목숨도 앗아갈 수 있는 백혈병이나 암 같은 병마는 어떨까. 올림픽은커녕 선수생활을 이어나가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이를 극복하고 큰 무대에 당당히 나서는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쓴 주인공들을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지켜볼 수 있을 전망이다.
개최국 일본의 수영 간판스타 이케에 리카코(21)가 그야말로 인간승리의 표본이라 할 만한 선수다. 중학교 3학년 때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며 유망주로 주목받은 이케에는 고1 때인 2016 리우 올림픽에선 접영 여자 100m에서 5위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6관왕을 달성하고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하며 국민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세계 제패를 노리던 이케에는 만 19세 생일 5개월 앞두고 있던 2019년 2월 청천벽력 같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골수이식을 받고 10개월이나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몸무게가 15㎏이나 빠질 정도로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을 이어나가야 했기에 재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지난해 3월 수영장에 돌아온 이케에는 2024 파리올림픽을 겨냥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도쿄올림픽이 1년 미뤄지면서 상황은 변했다. 지난해 8월 첫 복귀전 이후 기록을 줄여나가더니, 지난 4월 열린 일본수영선수권 여자 접영 100m 결승에서 57초77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록은 일본수영연맹이 정하는 이 종목의 올림픽 출전 표준기록(57초10)에 미치지 못하지만, 400 혼계영 선발기준(57초92)을 넘어 올림픽에 400m 혼계영과 400m 계영까지 두 종목에 출전한다.

우리나라에도 암을 극복하고 정상급 기량을 선보이며 이번 도쿄 무대에 서는 선수들이 있다. 태권도 남자 80㎏ 초과급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인교돈(29)은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을 극복한 선수다. 기대주로 주목받던 인교돈은 2014년 림프암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지만,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재기에 성공했다. 29세의 늦은 나이에 첫 올림픽 도전에 나서는 인교돈은 세계랭킹 2위에 올라 있어 금메달 후보로 손색없다는 평가다.

2008 베이징에 이어 도쿄에서 금메달 2연패를 노리는 야구 대표팀의 최원준(27)도 갑상선암을 이겨내고 정상급 투수로 올라선 케이스다. 신일고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동국대에 입학한 최원준은 대학 최고 투수로 이름을 날리며 2017년 두산으로부터 1차 지명을 받아 미지명의 아픔을 떨쳤다. 그러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2016년 10월 갑상선암 진단을 받아 오른 갑상선을 제거했다. 2017년에 재발 판정을 받아 12월에 왼 갑상선도 제거해야 했다. 2018년 7월 1군 데뷔전을 치른 최원준은 8월 이름을 최동현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했고, 2019년 수준급 불펜요원으로 자리 잡은 뒤 2020년엔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10승을 거뒀다.
올해도 7승1패 평균자책점 2.80의 성적으로 두산 토종에이스로 거듭난 최원준의 인간승리 드라마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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