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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전력난 나 몰라라… 문열고 에어컨 ‘빵빵’

입력 : 2021-07-21 19:30:00 수정 : 2021-07-21 21: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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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개문냉방’ 여전

공공기관은 선풍기로 버티는데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일부 서늘
손님들 담요 두르거나 겉옷 걸쳐
코로나 때문에 환기 목적 등 이유
20곳 중 7곳만 ‘26도 이상’ 지켜

#1.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김모(29)씨는 최근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 둘 휴대용 선풍기를 샀다. 정부의 전력 수급 안정 지침에 따라 낮에 한동안 에어컨 가동이 멈춰 더위를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안 그래도 건물이 전면 유리로 돼 있어 찜통인데 에어컨까지 안 나오니 너무 힘들다”면서 “다른 동료들도 더위를 먹어서인지 기운이 없다”고 토로했다.

 

#2.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4도까지 오른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출입문을 열자 서늘한 바람이 느껴졌다. 온도계로 측정한 실내 온도는 20.9도. 바깥은 무더운 날씨였지만, 매장 안에 있는 손님 중 상당수는 얇은 카디건 등 겉옷을 걸치고 있었다. 집에서 챙겨온 듯한 담요를 두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겉옷이 없는 사람들도 추운 듯 맨살이 드러난 팔 부분을 문지르거나 어깨를 움츠리는 모습이었다. 재택근무 기간이지만 주로 카페에서 일한다는 이모(35)씨는 “몸에 열이 많아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도 카페에 앉아있다 보면 시원한 것을 넘어 춥다. 샌들을 신고 오면 발이 시릴 때도 있다”며 “카페에 있다가 바깥에 나가면 공기가 따뜻하게 느껴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가게들이 에어컨을 가동한 채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고 있다. 장한서 기자

찌는 듯한 무더위에 전력 부족이 예상되면서 정부가 공공기관 냉방을 일시 중단하는 등 ‘전기 아끼기’에 나섰지만 대형 카페 등 일부 영업장에서는 적정온도를 넘어선 ‘과한 냉방’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개문냉방’ 영업도 늘어 전력 낭비 우려가 나온다.

 

21일 취재진이 서울 종각·명동·건대입구 일대에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패스트푸드 매장 20곳의 실내 온도를 측정한 결과 절반 이상인 13곳이 26도 이하였다. 보건당국은 실내외 온도가 5도 이상 차이 날 경우 냉방병 등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실내 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7곳은 실내 온도가 24도도 되지 않았고, 2곳은 20∼22도에 그쳐 10분 이상 머물자 ‘춥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인근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2층 매장으로 가는 계단에서부터 서늘함이 느껴졌다. 2층 매장의 실내 온도는 22.9도. 유리창 바깥에서는 사람들이 뜨거운 햇볕에 땀을 흘리며 지나가고 있었지만, 카페 안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카페에 있던 20대 남성은 “처음 들어왔을 때는 시원해서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추워서 오래 있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본사에 실내 온도 규정을 묻자 “26도를 지키도록 안내하지만 실제 매장에서는 고객 요구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명동거리에 늘어선 상점들도 대부분 에어컨을 가동한 채로 문을 열어둔 모습이었다. 한 신발가게 직원은 “문을 열고 영업하는 것이 영업지침”이라며 “실내 온도를 26도로 맞추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인근 화장품 가게도 “문은 원래 영업시간에 계속 열어둔다”고 말했다.

 

에어컨을 튼 채 문을 열고 영업할 경우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전력은 3∼4배 더 소모된다.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예비전력이 부족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련 고시를 할 경우 개문냉방 영업을 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실제 단속 사례가 드문 데다 ‘코로나19 때문에 자주 환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문을 열고 영업하는 상점이 더욱 많아졌다. 건대입구의 한 식당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추려면 환기가 중요하다고 해서 문을 열고 영업할 수밖에 없다”며 “장사는 안 되는데 전기요금만 많이 나올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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