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90년대 영국 방문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티타임 초청을 정중히 사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런던 관광을 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취임 직후인 1997년 5월29일 영국을 공식 방문하는 클린턴 대통령 부부를 맞이하기 위해 대단히 공을 들였다. 영국의 새로운 총리와 미국 대통령 간의 우호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단이라도 불사하겠다는 태세였다. 이에 버킹엄궁은 총리실과 접촉해 “클린턴 대통령 부부를 오후 5시 차담회에 초청한다면 여왕 폐하게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클린턴 부부는 “여왕 폐하의 초청에 매우 감사하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싶다”고 밝혔다. 1993년 첫 번째 임기를 시작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미 여왕을 만나거나 차를 함께 마신 적이 있기는 했다.
클린턴 부부는 블레어 총리가 버킹엄셔에 있는 체커스 별장에서 만찬을 베풀겠다는 제안도 거절했다. 클린턴 부부는 여왕과 티타임을 갖거나 런던 외곽 총리 별장을 찾는 대신 관광객처럼 쇼핑을 하고 인도 음식을 맛보기를 원했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은 총리실 보좌관의 메모 등 정부 문서가 최근 기밀이 해제돼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발표된 유럽 부흥 계획인 ‘마셜플랜’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유럽 방문길에 올라 5월26일 프랑스 파리, 28일 네덜란드 헤이그, 29일 영국 런던을 들른 뒤 귀국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영국 방문 기간 양국 정부는 두 정상의 역동적이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즉흥 합동 연주, 펍 방문 등의 구상도 했지만, 모두 성사되지 않았다.
클린턴 부부는 애초 계획한 인도 음식을 먹지는 못했다. 대신 템스강의 풍광을 감상하며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프랑스 식당 ‘르 퐁 드 라 투르’에서 블레어 부부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청구서에 따르면 이들은 광어구이와 자연산 연어, 토끼 요리 등을 먹었고 음식값으로 298.86파운드(현재 환율로 약 47만원)를 지불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