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동맹 복원’ 외교활동 성과에 후한 평가

미국 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요, 복심이란 점이 새삼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미국 외교를 망쳤다고 여기는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국제사회를 향해 “미국이 돌아왔다, 외교가 돌아왔다”고 외치며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블링컨을 국무장관 자리에 앉혀 ‘외교 복원’에 나서도록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 6개월을 맞아 백악관에서 장관들을 모아놓고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회의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개월 동안의 업적을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경제 회복,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 복구 등으로 나눠 자세히 설명했다.
재임 시절 동맹을 무시하고 ‘미국 우선주의’로 일관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들과의 외교 복원, 그리고 이를 통한 미국의 국제사회 리더십 재확보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을 ‘얼빠진 짓거리’라고 평가절하한 바이든 대통령은 “그로 인해 미국은 많은 지지 세력을 잃고 말았다”며 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정중히 예우하고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달에는 본인이 직접 유럽으로 날아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미국·유럽연합(EU) 정상회의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유럽 동맹국 지도자들과 스킨십을 다졌다. 심지어 미국과 사이가 나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마주 앉아 핵무기 통제 방안 등을 의논했다.

이런 일련의 성과를 나열한 바이든 대통령은 “제 오른쪽의 ‘버디(buddy·단짝 친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런 사정을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무회의 테이블에서 자신의 바로 오른쪽 자리에 앉은 블링컨 국무장관을 가리킨 것이다. 흔히 두 남자의 뜨거운 우정을 다룬 영화를 ‘버디 무비’라고 부른다. 바이든 대통령이 블링컨 장관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둘 사이가 얼마나 가까운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무부를 이끌어 온 블링컨 장관의 리더십을 바이든 대통령이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는 평가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체제 경쟁을 염두에 둔 듯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많은 나라들이 효율성과 속도 등을 들어 독재정치(autocracy)가 미래의 대안인 양 여기지만 나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며 “내 생각에 대다수 미국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민주주의가 독재정치보다 훨씬 더 유능하다는 점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체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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