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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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대개 식사를 빨리 해치운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식당 풍경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밥이 나오기 전에 손님들이 젓가락으로 반찬부터 먼저 먹는 장면이다. 다른 하나는 식사 후에 손님이 계산을 위해 신용카드를 내밀 때 음식점 주인이 손님 대신 후다닥 서명을 하는 모습이다.

한국인들은 “빨리 빨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급한 성미는 해외여행을 가서도 잘 바뀌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 서두르면 태국 가이드들은 “사바이 사바이(천천히 천천히)”라고 소리친다. 실수나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 천천히 움직이라는 것이다.

중세 독일에 틸 오일렌슈피겔이란 사람이 시골길을 걷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한 나그네가 급히 마차를 타고 오더니 그에게 길을 물었다. “다음 마을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오일렌슈피겔이 대답했다. “천천히 가면 5시간쯤 걸리고 서두르면 하루가 걸립니다.” 나그네는 자기를 놀리는 줄 알고 쏜살같이 마차를 몰았다. 너무 빨리 달리다 그만 마차 바퀴의 심봉이 부러졌다. 그것을 수리하느라 밤늦게야 다음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릴렌슈피겔의 말대로 정말 하루가 걸리고 말았다.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분주하게 사는 자들의 인생이 가장 짧다”고 일갈했다. 인생은 빨리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천천히 가더라고 제대로 가야 한다.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여유로운 삶을 권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 ‘월든’에서 숲으로 들어간 이유를 이렇게 털어놨다. 

“내가 숲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제주도 사람들은 돌담을 쌓을 때 나직이 쌓되 돌과 돌 사이를 흙이나 짚으로 메우지 않는다. 성긴 틈으로 성난 바람이 지나가도록 바람 길을 내는 것이다. 그래야 돌담이 무너지지 않고 오래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인간관계나 일상생활에서도 꽉 끼지 않아야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쫓기듯 사는 사람은 정작 한가해지면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몰라 허둥댄다. 즐거운 시간이 와도 그것이 빨리 끝날까봐 불안해한다. 일할 때 휴식을 원하지만 막상 휴식 시간이 오면 제대로 쉴 줄 모른다. 유교 경전 ‘대학’은 “고요한 뒤에야 능히 안정이 되며, 안정이 된 뒤에야 능히 생각할 수 있고, 깊이 사색한 뒤에야 능히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바쁘게 동당거리면 마음의 고요를 누릴 수 없고 삶의 중심을 잃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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