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명 동시접속서버에 600만명 몰려
비공식 루트 통한 새치기 예약도 극성
“근본적 해결 어려워… 개통 직후 피해야”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이 시작될 때마다 사이트 접속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은 당국의 준비 부족과 국민들의 백신 수급 불안이 합쳐진 결과다. 백신 일정이 수시로 바뀌며 불신이 커진 상황인데 서버 용량은 먼저 예약을 하려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지난 19일 오후 8시 시작된 만 53∼54세 백신 접종 예약은 20일 오전까지도 계속 혼선을 빚었다. 53~54세 접종 대상자가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뒤 예약을 하려 하자 ‘해당기간 내 대상자가 아니다’는 문구와 함께 7월21일 오후 8시 이후 예약을 진행하라고 안내됐다. 53~54세 예약은 이날 오후 6시까지인데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오전 2~3시부터 오전 9시까지 이어졌다. 질병관리청은 “코드 오류로 시간을 추출하는 방식이 잘못돼 있었다”며 사과했다.
예약이 시작된 전날 오후 8시부터 생긴 시스템 오류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질병청은 전날 예약 시작 50분 만에 예약을 중단하고 클라우드 서버를 긴급 증설해 오후 10시 예약을 재개했으나 접속 지연 현상은 한동안 계속됐다. 질병청은 “30만명 동시접속 가능한데 600만명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예약이 쉽지 않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비공식 루트로 예약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했다. 컴퓨터 제어판에 들어가 자동시간 설정을 끄고 시간을 변경해 백신 예약을 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컴퓨터 웹브라우저에서 개발자 모드로 들어가 특정 명령어를 입력하면 대기하지 않고 바로 사전예약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거나, “휴대전화에서 ‘비행기 모드’를 켰다 끄고 새로고침을 누르면 대기가 사라진다”는 등 각종 아이디어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연합뉴스
한꺼번에 접속자가 몰려 사이트가 먹통이 된 것은 벌써 세 번째다.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서버 등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과 14일 백신 사전예약 대란을 겪은 후 가상공간에서 정보를 관리하는 클라우드 서버를 도입했으나, 전날 예약 시작 후 부족해 부랴부랴 증설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전산장비 임차’라는 용역 입찰공고는 지난 16일 올렸다. 뒤늦게 서버 추가 확보에 나선 것이다.
예약 쏠림의 근원은 ‘서둘러 예약하지 않으면 백신 접종이 늦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정부가 잠재우지 못한 것과 무관치 않다. 백신 공급 일정 탓에 만 55∼59세는 185만명 선착순 예약이 진행됐고, 8월 접종하는 50대는 모더나와 화이자를 맞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질병청은 8월까지 백신 약 3500만회분이 공급되기에 24일 전까지만 예약하면 충분히 접종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불신이 팽배하다. 7월과 8월에 각각 몇 회분이 들어오는지가 제약사와의 비밀유지협약에 따라 공개되지 않고 있어서다. 21일 직계약한 화이자 백신 186만6000회분이 도착해 다음주 55∼59세가 접종한다.
질병청은 “민간에 예약을 맡긴다고 해도 서버 접속 부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소가 어렵다”며 “가급적 예약이 많이 몰리는 예약 개통 직후를 피하면 원활하게 예약을 진행할 수 있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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