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코로나 의심” 병사 보고 묵살
‘함정 승조원 최우선 접종’은 말뿐

서욱 국방부 장관이 어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장병들의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장병들을 보다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서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여섯 번째다. 청해부대 집단감염은 군 수뇌부의 방역 불감증이 빚은 ‘인재’나 진배없다. 국방부는 “지난 2월 백신과 관련해 질병관리청과 구두 협의했고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외 파병 부대는 백신 접종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청해부대 백신 접종과 관련해 (군 당국과) 세부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군 수뇌부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건 실망스럽다.
해외 파병 부대 중 한빛·아크부대는 현지에서 백신접종을 마쳤는데 청해부대만 사각지대가 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방부는 “청해부대는 다국적 사령부에 소속돼 유엔 백신접종 대상이 아니며 기항하는 국가들이 외국군 백신접종을 허가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으나 핑계로 들린다. 전문가들은 헬기로 문무대왕함에 백신을 공수할 수 있고 작전지역 인근 국가나 미군 등에서 빌려 맞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군 수뇌부의 의지만 있었다면 백신접종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 초동 대처만 잘했어도 감염 확산을 차단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아쉬움이 남는다. 감기 증세와 함께 후각 등에 이상을 느낀 병사들이 코로나19로 의심된다고 상부에 보고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한다. 병사들 체온이 39∼40도까지 오르는데도 진통해열제를 주면서 버티라고 했다니 개탄스럽다.
승조원 301명 중 247명이 확진된 청해부대원 전원이 어제 공군기를 타고 귀국했다. 2009년부터 아덴만에서 해적퇴치 작전을 펼쳐온 청해부대가 감염병으로 중도 귀환한 것은 우리 군의 불명예로 기록될 것이다. 3밀(밀집·밀폐·밀접)시설인 군함의 근무환경을 생각했다면 누구보다 먼저 청해부대원들에게 백신을 접종했어야 옳다. 석 달 전 해군상륙함인 고준봉함에서 38명이 확진됐을 때 서 장관은 “(밀폐된 함정) 병사들에게 최우선적으로 백신접종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허언으로 드러났다. 신뢰를 잃은 서 장관은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마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이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질책했지만 군 통수권자로서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즉각 서 장관을 경질하고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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