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언론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된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이 끝내 무산된 것은 ‘성과’를 내세운 한국 정부와 ‘의례’(儀禮)에 집착한 일본 정부가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회담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19일 보도한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회담을 구체적인 성과는 없더라도 대화 재개의 실마리로 삼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축소가 불가피해자 올림픽을 통해 외교 이벤트로 기대하기도 했다.
요미우리는 “일본 측에 방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보여줌으로써 양보를 압박하는 전술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최대 현안인 징용·위안부 피해자 소송 등 역사 문제에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정상회담의 성과로 수출규제 철회(일본)와 지소미아 정상화(한국) 방안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수출 규제 문제를 이번 정상회담의 우선 과제로 삼고 있었다”며 “수출 규제 문제에서 성과를 얻게 되면 징용 문제 등에서 일본 측에 일정 정도 양보를 해도 국내의 반발 여론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실무 협의 과정에서 “위안부와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은 모두 국제법 위반이며 양국 관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국제법을 준수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이 확산하면서 한국 정부의 태도가 갑자기 강경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일본 정부는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18일까지 90% 정도로 회담이 실현되는 쪽이었는데 19일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졌다”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한국 정부가 19일에도 성과로 기대했던 수출 규제 문제에서 일본 측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정상회담 계획을 접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방문 취소 결정 후 매우 아쉬워하며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실무협상을 지속적으로 할 것을 주문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0일 전했다.
박 수석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께 마지막 보고를 드릴 때 자리에서 대통령이 굉장히 아쉬움을 표현했다”며 “(비록) ‘상황이 이렇게 됐지만 (한일) 양국 정상이 언제든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실무적 협상은 ‘계속해 나가자’라는 표현이 아니라 ‘해 내가라’는 강력하게 의지가 담긴 말씀을 하셨다”며 “상당한 성과가 진척된 상황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다시 출발해 외무장관 회담 등을 이어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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